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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두렁 명언

by 개울건너

세상엔 유명인들의 명언만 있지 않다.


텃밭에서 울타리 너머로 날아드는 이웃의 명언은 홀씨 되어 내 마음 밭에 내려 앉는다.



이번 비바람에 대파, 참깻대가 많이 넘어갔다고 남편이 말자 큰체구에 목소리도 큰 옆 밭 남자가 우렁차게 대답한다.

“더 바라지 말어, 갸들이 소일거리 줬으면 주인한테 선물 다 한 거여!”



작은 체구에 목소리도 작은 옆 밭 아낙의 말도 내 가슴에 내려 앉으며 울컥하게 한다.


빨갛게 익느라 용을 쓰기 시작하는 고추의 이파리가 오글거려 고추에 병이 오나보다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병든 게 아니고 영양부족이라고 일러줬다.

"지금이 고추에게 영양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예요. 매달려 있는 식구들 혼자 몸으로 다 건사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고춧대 사이사이에 영양제를 충분히 넣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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