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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답

by 개울건너

무더위에 이 밭 저 밭에서 참깨 대를 베는 작업이 한창이다.

베어낸 참깨 대는 비닐하우스 안에 세워 몇 주 말린 후 거꾸로 들고 막대기로 톡톡 치면 깨 주머니가 터지면서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하얀 참깨가 우수수 쏟아진다.



닭백숙을 해서 나무 그늘 아래 평상으로 옆 밭 내외를 불렀다.

이른 아침부터 참깨 대를 베느라 땀을 많이 흘린 그들이 고마워했다.



고기는 큰 접시에 담아 뜯어먹고, 따로 지어낸 찰밥은 국물에 말아먹었다. 막걸리와 함께.


참깨 대를 베는데 묶어놓은 줄을 풀어주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 남편이 말했다. 옆 밭 남자는 그 줄 푸는 시간이 깨 대를 베는 시간만큼이나 걸린다고 했다.


남편이 올해는 참깨가 두 말은 나와 줘야 할 텐데 얼마나 나오려나 모르겠다고 말했고 그 말에 대한 이유를 알고 있는 내가 설명했다.

며느리가 '아버님, 올해는 참기름 한 병 더 주세요' 하더라고, 어려서 그녀의 외할머니가 농사지어 짠 참기름으로 친정어머니가 김밥을 자주 해주셨는데 그 맛을 잊지 못한다더라고.

며느리 기름 더 주려면 참깨 많이 나와야 한다고.

“시부모가 짓는 농사에 무관심하기보다는 참기름 한 병 더 달라는 며느리가 이쁘죠?”



옆 밭 아낙이 대답했다.

“그럼요그럼요, 남의 집에 와서 정 붙이고 살려는데 도와줘야지요.”


이 한 마디가 더운 날 닭백숙 대접 후 그녀에게서 오는 귀한 말보답으로 내게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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