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 같았다.
누구보다 위험을 빨리 감지하고, 빨리 반응했다.
그래서 공직의 불합리함을, 문제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여직원들에게 박치기를 장난으로 일삼는 괴짜과장.
다들 그냥 참고 넘어간 덕분에 내 차례까지 왔고
퇴근길 인사하는데, 난대 없이 다가와
누구 머리통이 단단한지 겨루자며
피할 겨를도 없이 공격당했다.
머리에 멍이 들고 약간의 뇌진탕이 왔다.
다들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이라며 넘어가는 분위기.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카나리아는
모두가 다 보도록, (누구라고 명시하진 않았지만) 당한 일을 내부망 게시판에 올렸다.
지금껏 말 못 했던 이들이
고맙다고,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그 가해자는 전화로 "미안해!!!" 소리치고는 전화를 뚝 끊었다.
그 과장은 다신 여직원들에게 박치기를 못 하겠지...
불편해도 소리 지르는 사람이 없다.
이 이상한 공직사회는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해도
비꼬는 말로 사람을 후벼 파도
비정상적으로 일을 못해도
뒤에서 욕하면 금방 스트레스가 풀리고 잊히는지
실컷 욕해놓고 앞에서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예민한 카나리아는 쓰러진다.
덕분에 경각심이 들었는지
그제야 아주 약간은 바뀐다.
그리고 방관하고 쉬쉬하던 이들은
그렇게 무임승차한다.
뻔뻔하게 무임승차하고도
카나리아를 예민하고 나약하다며 수군거린다.
카나리아는 다시 쓰러졌다.
사실 이번엔 좀 오래 버텼다.
온갖 히스테리를 부리고 가스라이팅하며
괴롭히던 팀장 여자를 겨우 견뎠는데
이젠 아예 공감능력과 업무능력이 결여된
소시오패스가 들어와서는
조직 속에 조용한 암덩이로 자라고 있었다.
아무리 울부짖고 경고를 해도
모두들 조용히 입 다물라며,
조용하면 아무 문제없는 거라고
그렇게 다들 암덩이를 예쁘게 포장질하고 있었다.
무식하고 괴팍한 여팀장은 승진을 했고
0.1인분도 못하는 소시오패스도 승진을 앞뒀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계속해서 주변을 괴롭게 할 텐데...
할 수 있는 방안을 총동원해서,
불합리하다고 소리치다 그만,
카나리아는 죽고 말았다.
미친 년놈들이 잘 버티는 조직.
그리고 목소리를 잃은 공직자들.
방관자. 다 같은 방관자. 가해자.
P.S.
카나리아 진짜 죽진 않았음.
숨은 쉬고 있음.
요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