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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 나르시시스트가 산다 Intro

나르시시스트와의 첫 만남

직장생활의 그지 같음에는 여러 가지 요인에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대표가 자기애성 성격장애, 흔히 말하는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에 막대한 지분이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나르시시스트를 상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거리두기다. 그들은 자신에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부모자식 관계여도 가능하면 연을 끊으라고 하는 게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인데, 직장 상사라면 현실적으로, 당장 퇴사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료출처: 알쓸범잡, 오은영 박사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르시시스트 상사와 무려 10년을 함께 했다.


이 글은 장장 10년간 나르시시스트를 겪으며 쌓인 나의 울화이며, 그에게 못 다 전한 진실이고, 꺾이지 않은 스스로를 향한 위로이다.



나르시시스트와의 첫 만남


내가 D를 처음 만난 건 스물아홉, 취직을 위한 면접자리였다. 세 명의 면접관 중 하나였던 D는 인사도 하기 전에 대뜸 말했다.


“나는 @@대 애들 싫어한다!”


@@대는 나의 출신학교였다.


아니 시발, 어쩌라는 거지.


절로 욕을 부르는 첫마디였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서른여 해 동안 비교적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어왔다.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며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과 얕고 넓은 관계를 맺었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밀한 소수의 친구들도 있었다.

개중 이상한 사람이 아예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단연코 D와 같은 인간군상은 없었다.


자신이 겪은 지극히 일부의 사례를 전체로 일반화하는 무식함과 편견으로 가득 찬 막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무례함. 나로선 막장드라마에서나 보았지 현실에 존재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캐릭터였다.


그날 면접에서 주고받았던 대화는 이제는 흐릿하게 지워졌지만 D의 그 황당무계한 말만은 선명하게 기억난다. 면접이 끝나자마자 나와 집으로 향하며 대학 동기들에게 전화해 D를 욕하던 기억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그 회사에 취직했고, 10년을 근무했고, 지금도 D와 함께 하고 있다.

D는 겪으면 겪을수록 상식 밖의 인물이었고, 이해할 수 없는 언행에 대한 분노와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는 애씀 속에서 어느 날 나는 책을 한 권 보게 되었다.


제목은 ‘오늘도 이상한 사람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나 책 속에서 나는 엄청난 깨달음을 맞이했다.

편집성 성격장애, 연극성 성격장애, 반사회성 성격장애 등 10가지 유형의 성격장애에 대해 서술한 책 속에서 D를 관찰하여 그대로 옮겨 적은 듯한 내용을 발견한 것이다.


1. 자신의 중요성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된 자신감을 갖는다.

> 해당 ⭐⭐️⭐️⭐️⭐️


2. 과도한 찬사를 바란다.

> 해당 ⭐️⭐️⭐️⭐️⭐️


3.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데도 특별대우나 복종을 바라는 불합리한 기대감을 갖는다.

> 해당 ⭐️⭐️⭐️⭐️


4. 자신이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라고 믿으며, 특별하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만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거나  그들과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해당 ⭐️⭐️⭐️⭐️


5. 대인관계가 착취적이다. 즉,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한다.

> 해당 ⭐️⭐️⭐️⭐️⭐️


6. 공감 능력이 부족해서 타인의 감정이나 욕구에 무관심하고,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 해당 ⭐️⭐️⭐️⭐️⭐️


7. 거만하고 오만한 행동과 태도를 보인다.

> 해당⭐️⭐️⭐️⭐️⭐️


8.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질투하거나 시기한다고 믿는다.

> 해당⭐️⭐️⭐️⭐️


9. 무한한 성공, 탁월함, 아름다움,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공상에 빠진다.

>해당⭐️⭐️⭐️


맙소사. 모든 진단기준과 세부적인 설명이 한줄한줄 맞춤인양 꼭 들어맞았다.

D는 자기애성 성격장애, 즉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이었다. 그것도 모든 항목이 해당되는 완전체!


D의 정체를 명확하게 규정짓자 한결 마음이 편안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언행들이 어떤 사고회로에서 나왔는지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성격장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그에게 공감이 되거나 좋아진 것은 아니다. 상종하고 싶지 않은 인간인 건 여전했다.

그래도 상대를 정확히 아는 것은, 나의 정신건강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입사 이후 한결같이 D를 싫어했고, 단 한순간도 D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는 입을 열 때마다 속을 들끓게 하는 D로부터 무사히 내 마음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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