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이 오늘도 활약했어? 이 한 문장에서 오늘의 글은 시작된다. 한 문장으로부터 시작되는 글도 있다. 승은 말한다. 언니 내가 진짜 웃기는 거 말해줄까? 승은 언제나 나에게 말해준다. 승에게는 나에게 말해줄 이야기도 물어보고 싶은 이야기도 항상 그득그득 쌓여있다. 언니 있잖아 혹은 언니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언니 만약에…. 로 시작되는 문장으로부터 우리의 대화는 시작된다.
"아니 조군 진짜 웃긴 게 내가 친구들이랑 방탈출을 하고 오거나 대외 활동 같은 거하고 오면 꼭 뭐라고 물어보는지 알아?"
"뭐라고 물어보는데?"
승이 오늘도 활약했어?
나는 활약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오자마자 눈이 동그래진 채로 이 단어가 질문에 쓰일 수 있음에 놀라워하며 다시 물어본다. 아니 진짜로? 진짜 그렇게 물어본다고? 승은 막 웃으면서 대답한다. 응!! 진짜 그렇게 물어봐. 너무 웃기지??? 나 살면서 그런 질문 처음 들어봐. 그런데 한두 번이 아니고 꼭 그렇게 물어본다? 승이 오늘도 활약했어? 이렇게.
오늘도 잘하고 왔어? 오늘은 어땠어? 도 아니고 오늘도 활약했어? 라니. 그러니까 저 문장은 네가 당연히 좋은 하루를 보내고 왔을 것이라는 어떤 확신과 좋은 하루를 넘어 활약이라는 단어를 쓸 만큼의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말인 것이다. 조 군에게 승은 어떤 사람이기에 활약했어?라고 물어보는 걸까. 조 군에게 승은 어떤 방면에서도 활약하는 사람인 걸까. 아니면 승의 기운이 조 군이 언제나 활약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에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걸까. 어떤 것이든 승에게 어울리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며 활약의 뜻을 찾아보자마자 나는 박장대소를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활발하게 움직이다"라는 의미는 활약의 두 번째 뜻이고 첫 번째 뜻은 바로 이것이다. "기운차게 뛰어다님."
기운차게 뛰어다니는 승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활약했어?라는 말은 조 군이 자주 쓴다면 승은 아 너무 기대돼!라는 말을 자주 한다. 승의 친구가 집들이 선물로 사 준 그릇이 내일 도착한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도 조금 있다가 갈 카페를 찾아보다 무척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했을 때도 찜닭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승은 말한다. 아 기대돼!
도대체 쟤는 뭐가 저렇게 다 기대되고 설레는지 신기해하다가도 사실 기대라는 건 좋은 건데.라고 생각하며 나는 왜 기대하지 않는지 생각한다. 이상하게 기대된다고 말하는 일은 나를 다 보여주는 일 같다. 이다음에 일어날 일을 내가 얼마나 기다리는지,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드러내는 건 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잘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승과 함께 있다 보면 나도 기대하는 사람이 된다. 승이 기대된다고 말하면 나도 그제야 깨닫는 것이다. 나도 이 일을 기대하고 있다는 걸. 이 순간이 너무 기다려진다는 걸. 기대와 실망이 이어지지 않는 별개의 장르였다면 나는 조금 더 자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기대는 기대대로 남겨두고 그 뒤의 실망은 그저 실망으로 남겨두는 법을 알았다면 나의 기대는 내 속에서 마음껏 활약했을 것이다.
활약하지 못해서 기대하지 못했던 많은 밤들을 떠올린다. 활약하고 싶어서 기대하고 있을 나와 나의 친구들을 떠올린다. 우리는 자주 활약하는 것에 실패하고 실패가 반복되다 보면 기대하는 법을 까먹고. 활약과 기대는 너무 많은 체력이 드는 일이니 말이다. 기운차게 뛰어다니면서도 기대를 멈추지 않는 승의 곁에서 나의 기대가 자꾸만 활약한다. 기대가 자꾸 뛰어다닌다. 실망을 뒤로하고 다시 기대하기 위해서는 처음보다 두 배의 체력이 들것이다. 그럼에도 기대하는 삶을 기대한다. 아 기대돼를 남발하며 지금을 보내고 싶다. 기대가 실망보다 더 활약해 주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