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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Sep 05. 2024

리카르도 샤이ㅣ말러 교향곡 7번

#오늘의선곡


G. Mahler

Symphony No.7


Riccardo Chailly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RiccardoChailly #Mahler

#RoyalConcertgebouwOrchestra


리카르도 샤이와 RCO의 <말러 교향곡 7번>은 그들의 말러가 그렇듯 여타의 음원보다 장대한 음향, 깊은 울림으로 시공간을 압도한다. 이것은 데카의 탁월한 녹음을 기반으로 연주 자체의 높은 퀄리티에서 우러나오는 예술적 산물이다. 샤이는 최고의 오케스트라에 탑재된 기능성을 철저히 활용해 자신의 말러에 대한 자부심과 음악성을 이 음원에 투영했다. 1악장 도입부터 블랙홀처럼 귓가를 사로잡는 그만의 마력은 새삼 놀랍다. 느린 발걸음과 짓누르는 중량은 물리적 하중이 아닌 장쾌한 음향적 충격으로 다가온다. 혼 솔로로 시작되는 2악장 서주는 압도적 울림을 안긴다. 특히 목관과 현의 어우러짐은 신비롭다. 마치 '밤의 노래'가 아닌 '우주의 노래'인 것처럼 음악 자체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한다. 혼의 고혹적인 음색이 들려오는 매 순간마다 밤하늘의 별이 은하계로 이어져 온전히 새로운 음악을 경험케 한다. 비단결 같은 현은 그 울림을 우주로 전하는 메신저이다. 3악장 '스케르초'의 상큼하고 전위적인 소릿결은 잠시 현실로 돌아와 드넓은 창공을 바라보게 한다. 고단하고 힘겨웠던 삶이 비올라의 관조적 음색과 금관의 허탈한 한숨에 무너져 내린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조용한 날이 없지만 다시 고요한 밤이 찾아오면서 혼과 오보에가 '밤의 노래'를, 아니 '우주의 노래'를 아련하게 읊어 비로소 깊은 위안과 평화를 불러온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만돌린의 아름다운 세레나데가 아득한 '밤의 속살'을 묘사한다. 클라리넷의 떨리는 지저귐은 깊은 밤 중 홀로 우는 뻐꾸기처럼 마지막 평온을 장식한다. 팀파니의 강력한 타격을 필두로 모든 파트의 총주가 피날레의 장렬한 행군이 시작됨을 알린다. 시종일관 느린 호흡은 어느 순간 격렬한 '분노의 질주' 모드로 전환되어 뜨거운 폭발적 코다를 향해 달려간다. 기나긴 여정의 최후를 알리는 종과 카우벨이 울리고 단 한방의 강력한 타격으로 연주가 마무리 된다. 말러가 안겨주는 진정한 감동은 음악적 쾌감을 넘어 가슴속 아주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웅혼함이다. 마치 조울과 애증, 고통의 순간을 넘어 끝내 벅찬 종결(환희 또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 의미에서 샤이의 해석과 접근법은 인간의 기본적 심리와도 맞닿아 있다. 음악적 탄탄함을 기저에 깔고 말러에 대한 존경과 찬탄을 음악으로서 구축해 나아가는 모습은 그의 말러를 마주할 때마다 새삼스레 놀라운 감동으로 승화된다. '밤의 노래'를 '우주의 노래'로 한껏 승화시킨 샤이의 마법 같은 손길은 <말러 교향곡 10번>에서 비로소 진정한 극락과 사후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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