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길렌, 바덴바덴-프라이부르크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 <말러 교향곡 7번>은 수많은 동곡 음원 중 가장 훌륭한 연주로 추앙받는 전설의 명반이다. 말러리안 사이에도 이 연주만큼은 예외 없이 가히 최고로 인정한다. 길렌의 말러는 대부분 수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특별히 이 음반은 그중 가장 완벽한 연주로 첫 손에 꼽는다. 말러 텍스트의 무색투명한 완벽구현은 이 연주보다 나은 음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음악을 듣는 동안 악보가 눈앞에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특히 금관의 흠잡을 곳 없는 기능성과 집요하고 적확한 표현, 현과 목관의 환상적인 앙상블은 소름이 돋는다. 유연하면서도 능글맞은 단원들의 탄탄한 응집력 또한 놀랍다. 표적을 향해서 인정사정없이 내리꽂는 팀파니의 강력한 타격은 너무 확고해 공포스럽다. 적나라한 탓에 날것의 비린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그러나 그것은 역효과가 아니라 순수한 투명성의 표상이다. 이 교향곡의 숨은 속살이 오롯이 드러나는 노골적 쾌감은 지극히 절묘해 달리 형언할 길이 없다. 이토록 섹시한 연주는 환각을 불러오는 치명적 유혹을 지녀 뭔가에 홀린 듯 멍해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모든 이에게 매우 위험한 음원이니 당신만큼은 부디 아껴 듣기를 권한다. 길렌의 모든 말러 중에서 가장 중독성이 강한 탓이다. 말러 자신도 그 스스로가 생각하는 이상향으로서 이 연주를 꼽을 것만 같다. 이는 길렌이 남긴 찬란한 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