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장 선호하는 <말러 교향곡 7번>을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마이클 틸슨 토머스, 런던심포니 음원을 꼽는다. 이 교향곡은 개인적으로 가장 늦게 친숙해진 말러인데 어쩌면 말러의 모든 작품 중에서 가장 복잡한 난곡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악상은 난해하며 쉽게 동화되는 교향곡은 아니다. 작품의 구조와 선율은 쇤베르크를 예고하고 있으며 어둡고 불안정한 불협화음으로 가득하다. '말러리안'인 내게 <교향곡 7번>은 아픈 손가락이다. 그러나 곪아가던 나의 선입견을 완전히 날려버린 연주가 바로 이 연주이다.
안정된 템포와 깊고 중후한 울림으로 악구에 내재된 어두움과 근심을 일거에 날려버리고 드넓은 초원 위를 자유롭게 거닐 듯 한껏 평화롭고 노련한 연주를 뽑아낸다. 이처럼 어려운 작품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소화해 낸 연주는 절대 흔치 않다. 그들은 매 순간 여유롭지만 결코 느긋하지 않다.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에서 시골 마을 악사들을 묘사한 목관 주자들처럼 뭔가 서툴고 소심한 느낌을 매우 능숙한 솜씨로 표현해 낸다. 이는 '반드시 이래야만 한다'라고 단호히 말하는 것 같다. 5악장의 서주부가 폭발적인 팀파니의 타격과 금관의 포효로 시작되면 평온했던 마음에 깊은 파문이 인다. 여유롭던 템포도 일순간 뜨거운 속도전이 된다. 그리고 피날레를 향해 맹렬하게 달린다. 그들만의 내공은 가히 예사롭지 않다. 마이클 틸슨 토머스는 진정 영악한 지휘자임이 여기서 드러난다. 이제껏 조곤조곤 이야기하고는 '자, 지금부터는 신나게 달려볼게!'라고 외치면서 손쉽게 결승점을 뛰어넘는 묘기를 선보인다. 마치 '말러'라는 최고급 엔진을 장착하고 질주하는 '영국제' 고성능 스포츠카로 종횡무진하는 '미국인' 베테랑 카레이서를 보는 듯하다. 코다로 돌진하는 그들이 거친 엔진 소리를 내며 결승선을 통과하면 바라보던 이들은 잠시 넋을 잃었다가 열렬히 환호하게 된다. 말러의 이 마법 같은 작품은 어둡고 긴 터널 속을 지나 진정한 환희를 선사하며 폭발적인 레이스의 막을 내린다. 이것이 바로 말러 음악의 진수임을 일깨워주듯 말이다. 여전히 우린 말러가 부리는 마법에 경도되어 뜨겁게 열광할 수밖에 없는 순수한 말러리안이다. 말러의 음악으로 가슴속은 들끓고 정신은 맑게 정화된다. 압도적인 감동이란 바로 이런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