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동생집에 1차로 살림을 옮길 예정이다.
우선 선별한 건, 운반하는데 가장 골칫거리인 음반들과 음반장, 수납장, 책, 옷과 이불 등이다. 바로 가는 건 아니고 몸은 잠시 여기에 놔두려 한다.
순천에 사는 나의 친구 K가 일할 때 쓰는 1톤짜리 트럭을 몰고 이번 주 금요일에 전주에 올라온단다.
그래, 주변에서 등 떠밀 때 해야지 이러다 계속 미룰 것 같아서 서두르게 됐는데 이 또한 나쁘지 않다.
시월 2, 3일은 대구 일정이 있어서 오늘은 일단 안 입는 옷들과 양복, 이불을 아파트 헌옷함에 다 갖다 버렸다. 방엔 오래 묵은 쉰내가 진동을 한다. 아쉬운 옷도 제법 있었지만 단단히 마음먹고 거의 대부분 버렸다. 정말 속이 다 후련하다.
이사는 8할이 모조리 버리는 행위이다. 안 쓰는 물건, 옷, 이불, 그리고 가장 중요한 미련까지 헌 집에 놔두고 가는 것이다. 갑자기 결정된 일이지만 올 겨울을 여기서 난다면 내년까지 내 목숨이 붙어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조금 서두르려 한다.
직장에서 꽤 멀어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보다 내 목숨을 지키는 것이 먼저이다. 내겐 이사가 '미련과 추억을 내려놓고 간다'는 한가한 의미가 아니라 이미 생존의 문제다. 아직 외국도 많이 못 나가봤고 좋은 사람들도 더 오래 만나야 하며, 못 먹어본 것도 많아서 여기서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더 오래 살아야 한다.
야밤에 헛소리가 지나쳤다. 벌써 9월의 마지막 날이다.
가을이다. 아프지 마라.
#이사준비 #나태주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