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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Oct 04. 2024

클라우디오 아바도ㅣ스트라빈스키 관현악곡

#오늘의선곡


I. Stravinsky

Le Sacre du printemps (The Rite of Spring) (1947)

L'Oiseau de feu (The Firebird) (1919)

Jeu de cartes (The Card Party)

Pétrouchka (1911)*

Pulcinella (1947)**


Piano/ Leslie Howard*

Mezzo-soprano/ Teresa Berganza**

Tenor/ Ryland Davies**

Bass/ John Shirley-Quirk**


Claudio Abbado - London Symphony Orchestra


#LeslieHoward #TeresaBerganza #RylandDavies

#JohnShirleyQuirk #Stravinsky

#ClaudioAbbado #LondonSymphonyOrchestra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1970~80년대 런던심포니 시절이 최고 전성기였다. 1989년, 카라얀의 서거 이후, 베를린필로 옮기기 전까지 아바도는 거칠고 야성적이며 확고한 공격형 해석으로 수많은 명연을 탄생시켰다. 스트라빈스키의 대표 관현악곡을 묶어놓은 이 음원도 그의 찬란히 빛나는 명반들 중 하나이다.


나는 그가 지휘한 <봄의 제전>만큼 이보다 완전무결한 연주를 들어보지 못했다. 스트라빈스키가 이 작품을 작곡하며 꿈꿨던 이상향을 아바도가 능히 이루어낸 것은 아닐까. 런던심포니의 명확하고 묵직한 사운드는 찬탄을 금치 못할 정도이다. 강력한 파괴력과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는 맹렬함, 그리고 폭발적인 화력은 아바도와 그들만의 호흡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오롯이 증명한다. 이들의 연주는 최적의 템포와 강도, 적확한 리듬감, 섬세한 예술성, 그리고 심리적 긴장감과 폭발적 카타르시스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결정체이다.


<불새> 역시 '정명훈과 바스티유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비교해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최적의 연주를 선보인다. 서로 분위기나 해석의 방향성은 대단히 다르지만 강렬한 무게감과 긴장감은 아바도가 한 단계 앞선다. 피날레의 낙차 큰 고양감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의 쾌감을 선사한다. 서사적인 해석을 통해 마치 눈앞에 그려지듯 소리의 색채로 구현되는 음악의 흐름은 아바도의 뜨겁고 당찬 전성기 시절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카드놀이>는 상쾌한 선율미와 사운드, 깔끔하면서 감각적인 앙상블이 일품이다. 스트라빈스키의 작품답지 않게 전위적인 선율을 배재하여 익살스러운 풍자와 동화적인 묘사로 가득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페트루시카>는 낭만적인 성향이 강한 작품이다. 작품 초반에 귀엽고 감각적인 목관 주제부는 현의 차갑고 날카로운 보잉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아바도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곡의 흐름에 오묘한 마법을 부려 긴장감을 더한다. 유명한 두 번째 파트에 들어서면 레슬리 하워드의 피아노가 마치 라벨 작품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들려준다.


<풀치넬라>는 바로크와 고전, 그리고 낭만주의 시대를 모두 다 아우르는 다양한 선율과 아리아가 등장해 다채로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중반부 이후는 자신만이 지닌 고유의 작풍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는 기법들은 찬탄을 금치 못할 만큼 놀랍다. 깊은 성량으로 노래하는 테레사 베르간자의 고혹적인 목소리 또한 대단히 인상적이다. 피날레의 빠른 움직임과 시원한 종지부를 긋는 현의 날렵한 보잉은 넘치는 힘과 장쾌한 사운드로 뜨겁게 산화한다.


우리의 스트라빈스키에 대한 음악적 편견은 <봄의 제전>에서 비롯된 야성적(또는 야만적) 선율미와 초현대적인 감각의 작품 성향에 기인한다. 그런 의미에서 <페트루시카>, <풀치넬라>는 그런 잘못된 선입견을 일거에 바꿀 수 있는 대표적 작품이다. <페트루시카>의 활기찬 리듬과 아름답고 영화음악적인 선율, 그리고 <풀치넬라>의 진한 바로크풍 아리아는 그의 다채로운 예술성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요소들이다. 그리고 변함없는 사실은, 아바도와 런던심포니가 최적의 연주를 경험케 한다는 점이다. 스트라빈스키의 가장 모범적인 근간이 되는 연주로서 감히 모두의 필청반이자 최고의 연주라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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