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세의 불행에 대한 주가(酒歌) (Das Trinklied von Jammer der Erde)
2. 가을에 고독한 자 (Der Einsame im Herbst)
3. 청춘에 대하여 (Von der Jugend)
4. 아름다움에 대하여 (Von der Schönheit)
5. 봄에 술 취한 자 (Der Trunkene im Frühling)
6. 고별 (Der Abschied)
크리스타 루드비히와 르네 콜로, 그리고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베를린필의 <말러 "대지의 노래">는 나의 오랜 '말러의 시간들' 속에서도 유독 인연이 닿지 않았던 음원이다. 그동안의 간절한 숙원이 이뤄져 이들의 연주를 온전히 만끽하게 되니 나의 삶은 결코 말러를 놓을 수 없는 절대적 숙명임을 새삼 깨닫는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콜로의 아쉬움을 루드비히가 완벽하게 상쇄하는 형국'이다. "르네 콜로여야만 했는가!"를 따지기 전에 루드비히를 기용한 카라얀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크리스타 루드비히는 오토 클렘페러-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와 연주한 불멸의 명반에서도 최상의 가창력을 선사한 자타공인 초특급 '말러 스페셜리스트'이다. 그렇기에 카라얀은 처음부터 그녀만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르네 콜로가 아쉬운 기량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1곡, "현세의 불행에 대한 주가(酒歌)(Das Trinklied von Jammer der Erde)" 그리고 3곡, "청춘에 대하여(Von der Jugend)"가 기대보다 다소 공허하거나 얕게 다가온다면 5곡, "봄에 술 취한 자(Der Trunkene im Frühling)"는 그만의 꽉 찬 성량과 밀도 높은 음성에 강렬한 충족감이 느껴진다.
루드비히가 부르는 2곡, "가을에 고독한 자(Der Einsame im Herbst)"는 그녀만의 단아하고 고혹적 정서로 가득하다. 4곡, "아름다움에 대하여(Von der Schönheit)"는 가슴을 격렬히 진동하는 따스한 파동으로 울려오며 무려 31분이 넘는 마지막 6곡, "고별(Der Abschied)"은 그녀의 독보적인 음색이 지닌 충격파가 진한 감동을 안긴다. 그윽한 강렬함이 가슴을 때리는 루드비히의 음성은 진정으로 말러가 원하는 이상향을 오롯이 재현한다. 더불어 카라얀, 베를린필은 어떤 말러보다도 강력한 격정과 서정성을 드러낸다. 그녀의 음성을 부드럽게 어우르는 베를린필의 앙상블은 놀랍도록 황홀하다. 그 누가 감히 이보다 더 슬픈 고별을 표현해 낼 수 있겠는가? 무거운 아픔이 가슴을 짓누르지만 지극히 아름다운 그녀의 고혹적 음성은 슬픔마저 뜨거운 열정으로 승화한다. 종착점으로 향하는 유려한 흐름은 맑은 여운과 함께 영혼의 정화를 가져온다. 루드비히는 말러의 영혼과 영적인 교감을 이루며 세상에 아득하고 영원한 작별을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