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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Kim Oct 11. 2015

물랑루즈를 사랑한 화가

툴르즈 로트렉 Toulouse Lautrec

The greatest thing you'll ever learn is
just to love and be loved in return.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것이다. 영화, 물랑루즈 중에서

1889년 파리는 만국 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몽마르트에 한 댄스홀을 개장합니다. Moulin Rouge 물랑루즈는 우리말로 풀어 쓰자면 '빨간 풍차'를 의미하지요. 당시 예술가나 문인들의 아지트였던 몽마르트의 명성답게 댄스홀이던 이 곳역시 이름난 예술가들의 집합소이기도 했고요. 물랑루즈 주인은 로트렉의 그림을 무척 좋아하며 사 모은 콜렉터였기에 그의 그림을 물랑루즈에 전시하기도 했답니다.

내가 찍은 현재의 물랑루즈 Moulin Rouge와 19세기 물랑루즈

왜소증과 사고로 십대에 성장이 멈춰버린 152센티 단신의 화가 툴르즈 로트렉. 자신의 신체적 콤플렉스와 심리적인 위축감으로 어려운 성장기를 보내다가 마침내 물랑루즈에 드나들면서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얻게 됩니다. 물랑루즈에서 사회 하층민으로 불리던 댄서나 매춘부와 같이 생활하면서 어떤 동질감 같은 걸 느꼈을까요?

당시 파리는 퇴폐적인 매춘이 성행하던 분위기였는데, 매춘부들은 사회의 천박한 욕구를 해소시켜 주면서도 암적인 존재로 취급 받았죠. 그렇지만 로트렉은 이 여인들을 자신의 친구로 여기며 굴곡진 인생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덤덤한 모습들을 캔버스에 담아냈습니다. .

쾌락의 한 복판 _ 환락의 왕국을 대표하는 화가로서 로트렉이 그린 포스터는 당시 사람들에게도 꽤나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길가에 붙여둔 포스터를 밤새 뜯어가서 소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하니까요.

몽마르트 언덕 가판대 위의 로트렉 포스터들
몽마르트 언덕에서 물랑루즈로 내려가던 길
그의 포스터는 당시 매우 인기가 좋아 길에 붙여진 포스터를         사람들이 직접 뜯어가는 일이 빈번 했다고 한다.

현재의 몽마르트 언덕에서도 로트렉의 수 많은 포스터들이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저는 특별히 Jane Avril 잔 아브릴 이라는 포스터 속 여인이 눈에 띄더군요. 물랑루즈의 그 유명한 캉캉춤 댄서인데 지병으로 앓고 있던 병을 고치려고 춤을 추던 여인이라고 들었습니다. 로트렉은 유난히 잔 아브릴의 그림을 많이 그린거 같았어요. 흠, 그 둘에게 썸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는지 혼자서 은밀한 상상을 해보았답니다. 하핫 ^^

좌우지간 로트렉의 그림을 보면 실제 그 환락의 밤 안으로 직접 초대되어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술에 건하하게 취해 흥에 겨운 무리들, 땀이 범벅되어 춤을 추는 댄서들, 그리고 원 나잇걸로 자신의 대기를 기다리는 창녀들..

특히 1892년 작품인 <물랑루즈에서> 란 그림이 유명하지요. 둥글고 유연한 아르누보 양식 - 의자와 여성들의 옷에서 아르누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사진기가 도입되어 사진이 인기있던 시절이에요. 그 사진 기법 중에 특정부분만을 잘라 대상을 부각시키는 크로핑과 어떤 특징적인 순간을 잡아 그림으로 표현한 스냅샵 기법도 활용되었습니다. 노래하고 있는 가수의 얼굴이 잘려보이는데 대표적인 크로핑 기법이지요.또 당시 인상주의 작품들은 야외 빛을 반영한 그림이 주가 되었지만 실내 조명 빛들을 그대로 살려 사진의 한 장면처럼 포착한 부분도 기억할 내용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미술사의 명작으로 남아 지금은 시카고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 아참, 당시 포스터의 이런 사진 기법들은 우키요에 판화의 구도도 많이 참고 했다고 해요!) 저도 몽마르트 언덕에서 이 그림 모사품을 샀는데 누군가에 선물로 준 기억이 나네요.

툴르즈 로트렉, 물랭루즈에서, 1892년, 시카고 미술관

몽마르트언덕의 빈티지하면서도 아티스트적인 분위기는 언제봐도 뭔가 독특한 매력이 있지요. 아마 이 곳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예술가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일 거에요. 하늘이 유난히 파란 맑은 오후에 다시 물랭루즈 앞으로 갔습니다. 빨간 풍차의 외관이 겉으로는 꽤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밤에는 무서운 환락의 장소로 바뀌는 우범 지대라고 친구가 잔뜩 겁을 주더군요. 주변에는 댄스홀 아가씨들의 의상을 판매하는 작은 샵들도 꽤나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또 그 상황에 좋아하는 영화.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의 영화, 물랑루즈를 떠올립니다. 당시 음악가, 화가, 작가라는 지식혁명의 자식들....진리와 아름다움 그리고 자유. 무엇보다 사랑에 대해 글을 쓰려고 물랑루즈에 왔던 크리스티앙의 열정이 제게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요.by Sarah

하늘이 파란 날, 물랑루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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