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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각 결혼식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어제는 초등학교 친구 딸 결혼식이 있어 삼청각에 다녀왔다.

북한산 산중턱 한옥이 운치 있어, 한복을 입고 해외 사돈 식구들을 초청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친구 막내딸이 11월 초 홍콩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어제는 한국에서 피로연을, 내일은 광둥성에서 세 번째 축하연을 한다고 한다. 시댁은 브라질, 시어머니는 중국, 시아버지는 홍콩 사람으로, 네 대륙을 이동해야 한.

친구 딸은 홍콩 변호사이고, 사위는 홍콩주재 브라질 대사관에서 근무를 한다고 한다.


친구도 딸만 둘인데, 큰 딸은 호주 변호사로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사회를 보았다. 친구의 기도로 시작하고, 중간에 아내가 축사를 하고, 마지막에 막내딸이 감사의 글을 읽었다. 가족 간의 사랑이 느껴지는 감동적인

메시지들이 하객들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다녀 본 예식 중 가장 아름답고 정겨운 결혼식이었던 것 같다.

큰 딸 애인도 미국에 있어 결혼식을 두 번 할지도 모른다. 친구는 한국은행 근무하다,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서 아이들을 키웠고, 직장은 싱가포르와 한국을 거쳐 홍콩에서 은퇴를 했다.


이 친구와는 인연이 많았다. 언북초 6학년 같은 반이었는데, 경기고 3학년 때도 같은 반이 되었다.

당시 경기고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친구였지만, 그림만 그리며 전교 꼴등하던 나를 친구로 대해 주었다.

하루는 집 방향이 같아 함께 걸어오다, 친구가 법대 원서를 낼거라는 말에, 왜 죽은 학문을 할 생각을 하냐며 말리기도 했었다. 훗날 내가 법대를 가서 고시공부를 했고, 이 친구는 경제학과에 들어가 CFA가 되었다.

공부는 하나의 기능에 불과해, 자신은 그림 그리고 음악 하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고도 했다.


평일이어서 은퇴한 초등 동창 2명과 함께 갔다. 다들 하루 일과가 비슷했는데 주식 들여다 보고, 운동하고, 소일거리를 찾고 있었다. 하나같이 부부사이가 좋아서인지 아이들도 잘 컸고 얼굴들도 편안해 보였다.

나이가 먹어 갈수록 아내와의 관계가 좋은 친구들이 행복해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은 친구 자녀들이 연애만 한다고 해도 부러웠는데, 자녀 결혼식까지 올리는 모습은 정말 멋져 보였다.

이런 아빠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딸들은 연애도 안하고 대학 생활을 다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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