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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Sep 22. 2024

어? 내가 간병인이라고? (마지막)

현재, 지금, 그리고 미래. 그 어딘 곳에서 살고 있는 나.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았지만, 우리는 그래도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다.

어쩌면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터라 그 충격이 하늘이 무너질만큼 심하지도 않았다.


또한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서 여러가지 검사 끝에 정확하게 엄마 상태를 확인했다는 것에 오히려 안도감도 있었다.

만약 어머니의 고집을 그대로 수용해 그냥 있었다면 아무 것도 못하고 심해질 수도 있이기에, 이렇게 안 것만으로도 다행히라는 생각도 있었다.


병원에서 처방한 어머니의 약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고,

난 치매가 약을 착실하게 먹을 경우 그래도 10여년까지는 무탈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내가 이제껏 봐왔던 어머니는 장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일단 몸이 너무 약했다. 흔히 여자들의 연약함과는 차원이 다른 그냥 약하시다.

그리고 기존에 아프던 곳이 아버지의 간병으로 인하여 심하게 탈이 났었기에 솔직히 어머니가 100세까지 장수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오래 사시면 좋겠지만,

실질적으로 그리 장수하실 건 아닐거로 보였고,

치매약을 먹고 건강관리를 잘해서 거의 90세 가까이 살면 난 충분히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급격하게 머리 상태가 안좋아지는 기간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머리가 안좋아졌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검사를 통해서 얻은 결과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였다.


그 상황은 내가 예상했던 기한이 아니라 

그보다 빠르게 어머니의 치매가 심해지는 것이었고, 

담당의사님과 함께 그 부분에 대해서 한참 논의 중이었다.



그렇게 어머니 머리는 치매만을 생각하며 관리하던 중,

어느날 어머니가 쓰러지신 것이었다.


물론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헉!" 소리와 함께 뒷목을 잡고 쓰러지신 것은 아니었다.


하루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는데, 말을 별로 안하시려고 했고, 대답만 하시면서 쉬겠다는 말을 하신 것이 마음에 걸려 집으로 바로 올라갔다.



당시 내 집은 아버지가 간병을 하면서는 아버지 병원 근처로 이사를 했다가,

나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그곳에 더이상 있을 필요가 없어짐에 따라 전세금을 받기도 전에 어머니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렇게 이사 간 곳 마저도 거리상은 가까웠지만, 어머니가 대중교통을 타고 오지 않으면 오기가 어려웠기에 그곳에서 1년 정도 살다가 결국 어머니 밑에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래서 어머니와 난 전화를 하고 걸어서 상대방 집을 찾아가 같이 밥도 먹고 운동도 하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이었다.



음...

솔직히 지금 이렇게 된 상황에서 생각해보면 그때는...

정말 천국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그것도 힘들다는 생각이 있었다.

내 생활이라는 것이 있는데, 어머니에게 완전히, 하루종일 묶여있는 그러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때 생각을 해보면 복에 겨운 생각이었다.


사람은 현실에 항상 아쉬워하고 힘들어하면서 가질 수 없는 미래에 대해서 부러워한다.

나 역시나 내 삶을 되돌아보면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치열하게 직장생활을 할 때는

'이것만 하면 더 좋아지겠지.'

'승진할때까지만 고생하자. 승진하고 나면 훨씬 좋아질 거야.'

'조금 더 고생하면 더 좋은 삶이 날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이런 식으로 살았었고,


아버지가 아프고 이 생활에 접어들면서는 

'아버지가 좋아지면 좋아질 거야.'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슬픈 것은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아버지는 돌아올 수 없지만, 이젠 어머니와 내 생활에 안정감이 있을거야.'

'어머니가 지금은 이렇지만, 나중에 더 좋아질 거야. 그때는 내 시간이 더 있어서 뭔가 할 수 있을 거야.'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단 순간도 내 삶은 더 좋아지지 않았다.

당연한 것이다.

내 마음이 바꾸지 않는데, 

나에게 지금의 만족이 있을리 만무했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내가 밤에 몰래 나와 차에서 술과 튀김을 마시는 이유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 대한 만족이 없다는 것. 그리고 난 지금을 위해서 살지 않는다는 것.'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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