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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Sep 20. 2024

목록 만들기

살고 싶은 삶이 아닌 살기 위해 해야할 일...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적어보기 시작했다.


다시말해, 책, 미디어 등을 통해서 건강하게 삶을 누리는 사람들이 하는 생할습관을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산출했다.

정말 많은 것들이 목록으로 나왔다.



그런데...

난 이 부분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장수와 관련되어 이렇게 하면 더 오래 산다는 말에 대해서는 독설에 가까운 말을 뱉곤 하였다.


그들, 특히 연구원이나 의사가 아니라 어디 몇몇 사람들만을 조사한 뒤에 그들의 생활습성을 약간의 연구결과과 접목시켜 마치 이렇게 하면 장수할 수 있다는 듯이 말하는 자들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누구나 느낄 것이다.

그렇게 살아도 빨리 죽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고, 

그렇게 살지 않았어도 훨씬 더 오래 사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특히 나의 시각은 아버지의 병환과 죽음으로 진행되면서 더 강하게 굳어졌다.

아버지는 담배를 평생동안 피지 않으셨고, 술도 많이 하지 않으셨지만, 그마저도 60이후로 마시지 않으셨다.

식습관 역시 매우 바르셨다. 고기 보다는 채소를 좋아하셨고, 군것질을 한다면 과일과 고구마 등 흔히 말하는 건강식품이었다.

그러고 운동은 매우 주기적으로 하셨고, 사람들과의 어울림도 많았다.


그런데 80세도 못 넘기셨다. 80세가 뭔가? 70세 중반에 돌아가신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병마와 싸우면서 말이다.


어이없지 않은가?

우리가 흔히 아는 모든 장수의 기본조건을 갖췄는데,

한국 남자 평균수명(86세, 이것도 소수점 버린 것이다. 정확히는 86.3세이다.)도 못 채우고 가신 것이다.

못 채운 정도가 아니라 10년 이상 차이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더 어이없고, 아이러니한 부분은,

아버지 주변에는 아버지와 거의 같은 연세의 친구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아버지 장례식에서 줄담배를 피면서 술을 엄청나게 마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기 요즘 건강이 안좋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아...놔...

게다가 아버지 친구분들 중에 아버지가 제일 먼저 돌아가셨다.

그런데 아버지가 제일 바르게 사신 것이다.

정말 어이없지 않은가?


지금 어머니도 그렇다.

어머니 역시 술도 못하시고 정말 바른 생활을 하시면서 살았다.

그런데 지금 병원에서 투병 중이고, 

난 솔직히 오래 사실 것 같지는 않다.




자...

내 경우만 봐도 그렇다.

이런 내가 어떻게 그런 생활습관이 장수를 가져온다는 그들의 말을 쉽사리 믿겠는가?


난 장수는 유전, 또는 운명 정도로 생각한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이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그런 생활습관을 하면 조금 더 건강하게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 즉 하늘이 준 천명이 그따위 생활습관에 좌지우지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그래도 일단 그런 객관적인 목록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우기 시작했다.

내가 하기 싫은 것들을 말이다.

다시 말해서 그런 생활습관 중에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 또는 내가 지키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그런 것들과 상관은 없지만,

내가 했으면 좋겠다는 것들을 목록에 추가했다.


예를들어 어제 언급한 '긍정적인 말을 한다' 그런 것들 말이다.


그러다보니 딱 10개가 목록에 남았다.

물론 이걸 지키면 장수할 거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그걸 믿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조금은 더 건강해질 수 있고, 

사람이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고,

궁극적으로 내 삶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조금 더 풍요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내가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 10번째 목록인 '저녁 자기 전에 브런치 북에 일기 쓰기'를 시작한 것이다.

지금 말이다.


브런치 북이니만큼 '오늘은 뭘 했고, 뭘 반성하고, 몇 키로 뛰었고 등' 내 생활일기를 쓸 생각은 아니다.

물론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난 개인적으로 일기가 아닌 에세이를 쓰고 싶다. 


아무튼 브런치 북 목록이 몇 개까지 적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매일 60일간의 대장정을 떠날 것이다.


물론 힘든 날도 있을 것이고, 

주저앉은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60일간의 내 고집은 여기서 생활에서 나에게 마지막 핑계거리를 만들어 줄 것이고, 혹여나 나중에 내가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 결국 내 몸에 병이 난다고 해도 내 스스로에게 당당히 할 말은 생길 것이다.


"난 해봤다. 그런데 별 거 없었고, 그래서 예전 생활로 돌아간 거야."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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