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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Sep 21. 2024

D - DAY

살고 싶은 삶이 아닌 살기 위해서 해야할 일...


드디어 생각한 날짜가 되었다.

살고 싶은 삶을 위한 목록을 지키는 것이 아닌,

살기 위해서 목록을 지키는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하루의 시작을 목록을 보면서 시작했다.

다행히 몸의 컨디션도 좋고, 뭔가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아무런 근거없는 자신감도 들었다.(이런걸 근자감이라고 하던가?)

아무튼 오늘은 무난히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물론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누구든 간에 결심을 했고, 삼일, 아니 적어도 하루는 잘 할 수 있을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 나에게 그런 식의, 내 결심을 의지를 꺽는 생각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하기 싫어 죽으려는 내 의지에 그런 비꼬는 듯한 생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하루하루 날 잘 다독여 가야 할 때인 것이다.



그렇게 디 데이를 맞이한 것이다.

디 데이...

우리는 D,D+1 등의 말을 많이 쓴다. 

그런데 이 용어는 군대에서 제일 많이 쓴다고 하고, 그 시작도 군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쉽게 이야기해서 공격개시 시간이라고 하는 것인데, 

Day는 날짜를 의미한다는 것을 쉽게 할 수 있는 반면,

D는 날짜. 목적 등 뭘 의미하는지는 아직 확실한 것이 없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가 흔히 쓰는 용어 중 군에서 시작된 것이 꽤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바르게 생활하는 사람을 흔히 FM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 역시 야전교범(Field manual)이라는 군에서 시작된 용어이다.

(그만하겠다. 짧은 지식 들통날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시작된 하루는 꽤 잘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금주까지 거의 확실하게 진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역시나 하나가 마음에 쓰는 일이 생긴 것이다.


물론 주변사람들에게 불편이나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아니었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나 자신에게도 그리 크게 생각될 것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으나, 

이상하게 내 머릿속에서 그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


시작은 별 일 아니었다.

식사를 잘 못하시는 어머니가 걱정이 되서, 간호사 한 분이 어머니에게 과자같은 빵을 주셨고, 어머니가 그걸 잘 드셨다.

난 고마운 마음에 같은 과자 한 통을 사서 간호사실에 돌려드린 것이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좋은 행동일 수도 있다.


그런데...

단 하나, 그 과자를 줄 때 내 말이 마음에 걸린 것이다.


"어머니가 뺏어 먹은 과자를 돌려줄게요."


왜. 굳이. 그런 용어를 썼는지 모르겠다.

왜 그런 부정적인 단어를 썼는지...

그 많고 많은 표현 중에 왜 그런 부정적인 표현을 했는지 조금은 짜증이 났다.


'어머니가 너무 잘 드시는 걸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내 입은 이미 심지어 좋은 일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습관이 들어버린 것이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



누군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었을때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필요없었는데..."라는 듯이 말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상황이 별 것이 아닐 수 있고,

실제로도 별 거 아니었다.

주변의 간호사들은 다들 즐겁게 웃으며 감사하다고 했다.


하지만, 

난 지금 변화를 추구하는 중이고,

금주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긍정적인 말을 쓰는 것인 것 만큼 이 문제는 나에게는 꽤 중요한 부분이었다.


말은 생각을 대변한다.

주변에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을 멀리하라는 자기계발서들은 찾을 필요도 없을 정도다.


그래서 난 이 부분을 이번 변화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 친구에게 뭔가 가르치는 모습.

그리고 부정적인 용어 사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요즘 가장 임팩트 있게 보고 있는 책들 중에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에서 이상적인 친구란 충고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온 것을 읽었을 때 진심으로 동의하면서 읽었었다.


부정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충고 보다는 응원을 보내고 싶은 것인데,

시작하는 날 바로 부정적인 용어를 날린 것이다.


그만큼 내 머릿속은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찬 것이다.

좋은 상황에서 부정적인 단어들마저 쏟어져 나온다면 나중에 정말 좋지 않은 상황으로 갈 것이라는 것은 안봐도 뻔할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어머니에게 끊임없는 부정적인 언어와 분위기를 느끼고 있고,

난 병원에서 갇혀 아무 것도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말을 긍정적으로 쓰려고 하고 있다


왜냐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비운의 그림자를 날 덮칠 것 같은 그런 기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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