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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Sep 23. 2024

복병 - 하

내 삶의 책임은 남이 아니라 나이다.

이 브런치 북은 이렇게 쓰려고 했던 것이 아닌데,

자꾸 글이 길어져 이렇게 늘어지는 것 같다.

원래는 일기 같은 에세이를 쓰는 것이 목표인데,

자꾸 길어지는 것은 아마도 내가 평소에도 말이 길어서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렇게 친구가 도착했다.

그리고 역시나 술이 빠질 수 없었다.


물론 내가 거절할 생각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렇게 날 봐주러 주기적으로 오는 친구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그런데 이런 친구와 소주한잔 기울이지 못한다면 삶의 낙은 또 어디 있겠는가?


다행히 어머니는 내가 잠시 비우는 시간에는 잠을 주무셨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친구가 시간적 여유가 많았기에 어머니가 주무시는 시간에 만난 것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점심 때 도착했지만, 저녁까지 친구는 기다렸고, 어머니가 주무시는 시간이 되어 난 몰래 병원을 나왔다.

저녁을 먹으며 술을 한잔 했다.

그리고 비워있는 내 집에 가서 하루 잤다.


그게 끝이다.

라고 말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친구는 다음날 점심까지 나와 함께 해주었다가 내가 너무 우울해 보인다고 하면서 다음날까지 있겠다고 했고, 우리는 점심 식사를 겸해서 음주를 하고 저녁에 다시 만나 또 술을 마셨다.

이번에는 다음날 친구를 데려가기 위해서 제수씨가 차를 몰고 내려왔고, 우리 셋은 같이 마시기 시작했다.


물론 저녁에는 난 거의 마시지 못했다.

점심때 먹은 소주의 영향으로 두통이 갑자기 생겼기에 천천히 마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친구와의 술자리는 술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 상황을 유일하게 아는 친구에게 내 힘든 상황을 하소연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고, 스트레스가 풀렸다.


또한 내 상황을 말을 하면서 내 상황에 대해서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내 스스로가 정리가 되는 그런 부분도 있었다.


"나 술을 끊을까 싶어. 담배는 몇 년만 더 피고... 그리고 극도로 좋아하는 튀김도 끊을가 싶은데..."


"으응? 정말요? 음... 좋은 생각이예요."


그 친구는 너무 쉽게 날 응원해주었다.

물론 자기가 오면 먹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그런 자신감(?)이 있으니, 그동안은 바른생활을 하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내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와 응원을 해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친구를 보내게 되었다.


친구의 방문을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애초부터 나의 생각이 너무나 편협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키려고 했던 것들이 정말 나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남에게 보여주면 칭찬을 받을만한 것들을 뽑은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나중에 다시 글로 한 번 쓰겠지만, 

난 좋게 말해서 주변의 상황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고, 나쁘게 말해서 난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다.

이것 역시 어머니를 닮은 것 같은데... 

부분은 나중에 한번 언급하려고 한다.



아무튼 간에 내 삶의 행복이라는 단어와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누락하고 작성한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보니 딱 하나가 서서히 뚜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난 이제까지 내 스스로 너무 통제를 하려고 했구나. 그리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삶을 살았구나."


그러다보니 한번 무너지면 후회하면서도 다시 언제 할지 몰라 죽을만큼 빠져버리는 굴레 속에 들어가버린 것이었다.


에를 들어 술의 경우에도,

안먹는다고 했다가 오늘 같은 일이 생기면 먹는데, 내일부터 또 못 먹는다고 하니 오늘 죽을만큼 마시게 되는 것이었다.


여기서 저녁에 몰래 마시는 경우 역시나 내일 후회할 것을 뻔히 알기에 꾸역꾸역 다 쳐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 후회하곤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의 주인은 나고, 내가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술은 오늘도 먹고 내일도 먹을 수 있다.

그렇기에 오늘은 이만큼만 먹어도 된다는 것이다.

또한 오늘 여건이 안되면 어떻게 해서라도 먹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 아니면 여건이 될 때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비로소 내가 원한 삶에 비슷하게 다가가는 계획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이었다.

이제까지는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한 목록을 단순하게 적은 것이라면,

이제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삶...

조용하게 글을 쓰고 느긋하게 사는 삶.

이건 미니멀 라이프와도 연결이 되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삶이란 끝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일 것이다.



마음을 바꿨고,

비로소 퍼즐이 완성되는 순간이 느껴졌다.


어쩌면 중독이라는 것은,

중독이 나쁜 것이고,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 할 때는 다시는 안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서 죽을만큼 하게 되는 그런 싸이클을 돌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며칠뒤에는 '아... 제길. 그게 아니네.'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이건 내 삶이지 다른 사람의 삶이 아니기 때문이고,

내 삶의 책임은 온전히 나의 것이지 누군가가 대신할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은 다이어리에 적힌 것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해서 생각이라는 것을 깊게 해볼 생각이다.


"내 삶의 주인은 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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