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상상의 렌즈를 통한다면 세계는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놀이는 예상치 못한 의미로 가득하고 그것은 동시에 철학적 질문들로 뻗어나간다. 사실 아이들만의 경험과 논리로 짜여진 세계는 또한 몇 십년 전 우리들의 것이기도 했다. 그러니 아이이니 어른이니, 하는 경계는 중요치 않다. 에바 린드스트룀은 그러한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고 두 세계를 넘나드는 작가다.
아이들은 피상적 이야기의 즐거움만을 느껴도 충분하다. 사실 어른에게 훨씬 어필할만한 이야기 구조를 가졌다고 생각된다.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결말을 독자에게 온전히 맡기는 그녀의 스타일은 자칫 난해하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양하고 다층적인 해석의 여지를 주는 까닭에 느리고 사색적으로 읽되, 혼자 읽지 말라. 여럿이 함께 읽고 감상을 나누며 난해함이 다정함으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