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이지씩 보는 나의 건축노트
위치 : 서울양양고속도로 117-2
건축가 : 해마종합건축사무소
내린천 휴게소는 가보자 생각만 하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곳입니다.
우연히 서울로 가는 길에 들르게 되었는데, 무척이나 기억에 남아서 첫 글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로라 하면 우측과 좌측 두 방향으로 이동하는 게 떠오르고, 고속도로에서 이는 상하행으로 나뉘어 불립니다.
그리고 보통의 고속도로휴게소는 이 중 한쪽 방향으로만 진입할 수 있는걸 익숙하게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내린천 휴게소의 재밌는 점은 여기서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상하행 고속도로 휴게소를 하나로 합치면 어떻게 될까?
과연 어떻게 될까요?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주변 도로망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길래 가능한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건물의 옥상에서 차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생각해보다가 너무나 신기해서 웃음이 절로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주변으로 이어진 도로들과 그위에 그어지는 차량의 선들이 교통망을 보여주어서 자연스레 이 건축물의 설계과정을 짐작케 만들어 줬어요.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이곳은, 양방향으로 휴게소로 들어와서,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두개의 원을 그리며 휴게소를 중심으로 돌아들어옵니다.
자연스럽게 양쪽에는 상행 주차장, 하행 주차장이 생기게 되구요, 나갈때는 두개의 도로가 하나로 합쳐진 후 다시 자연스럽게 상하행으로 나뉘어 나가게 되네요.
회전형 동선으로 양쪽을 만든 이유는 차량들이 빠르게 들어와 잠깐 머물고 다시 나가는 휴게소의 특성상,
양방향 차량들이 부딪히지 않고 원할히 이용할 수 있는 교통시스템 같습니다.
내린천 휴게소의 전체 스케치 입니다. 양방향으로 주차장이 나 있고, 건물 가운데로 나가는 방향 도로가 통과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3가지의 문제를 재밌게 해결한 점들이 보였습니다.
첫번째, 상하행 주차장 사이의 높이차를 어떻게 이을 것인가?
두번째, 나가는 방향 도로를 어디로 보낼 것인가?
세번째,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녹지구역을 어떻게 최대한 보전할 것인가?
첫번째와 두번째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내린천휴게소는 먼저 자연스레 공중으로 띄워져 아래로 나가는 방향 도로를 지나가게 했습니다.
그 후 높이가 낮은 하행 주차장에서 높은 상행 주차장 까지를 잇기 위해 건물 안에 에스컬레이터 관을 삽입하였죠.
세번째로, 녹지구역을 보전하기 위해 건물의 중정을 뚫어 내어 그대로 남겼습니다. 어차피, 고속도로휴게소라는 공간은 오래 머무르는 것보다는 계속해서 움직이며
통감자도 사먹고, 오징어도 사먹고, 커피 한잔 하기도 하는 그런 공간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굳이 큰 덩어리의 건물보다는 이동이 계속 생기는 이러한 도넛 같은 건물이 무척이나 어울린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학생이지만 설계를 해보면서 느끼는 것이, 이처럼 건축에서는 의외로 많은 문제가 명확한 형태로써 해결되는 순간이 참 재밌습니다.
처음에는 내린천 휴게소의 이런 비밀을 알지 못했어서, 서울방면으로 들어와 휴게소 입구로 자연스레 들어온 후 에스컬레이터를 마주하고 생각없이 타고 내려 갔었습니다.
아니, 근데 밖으로 나가니 똑같이 생긴 주차장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마치 다른 세계로 나온 것 같달까요, 이질감이 들었습니다.
양쪽 입구에서는 모두 자연스레 삼각형 옥상데크로 올라갈 수 있는데요, 이곳에 서면 주위를 둘러싸는 산맥이 한눈에 펼쳐지는 장면이 정말 장관입니다.
또한 길게 이어진 통로와 같은 휴게소 내부를 따라 걷는 것도 흥겨웠구요. 언제나 볼일 보거나 , 간단하게 끼니를 떼우는 휴게소가 이정도로 이름값을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께서도 60번 고속국도를 타게 되신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 꽤나 특이한 휴게소가 몇 곳 있는 것으로 압니다. 언젠가 한계령을 가게 된다면 김수근 선생님이 설계하신 눈이 소복히 쌓인 한계령 휴게소도 보고 싶어지네요.
-2024.08.03 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