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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강원동해시 이기로97
건축가: 김효영건축사무소
동해에 무릉별천유원지 라는 장소가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시멘트의 재료인 석회암 광산으로 쓰이던 곳이예요.
이후에는 필요가 없어지며 폐광산으로 남게 되었고, 동해시에서 이를 일부 보존, 자연환경을 다시 살려서 녹지 공원으로 만들었습니다.
한 가지 문제는 광산이었던 이곳에 있는 폐쇄석장 건물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건물을 보고 “기억 속으로의 관입” 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건축가는 기존의 폐쇄석장 건물과 설비들을 최대한 남기고, 이들을 직접 건물 안에서 보면 가장 좋은 전시장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기존의 건물은 수평적으로 길게 뻗은 건물 그리고 이를 따라 여러 설비들이 있었는데요,
이 공간에 기다란 전시관 매스를 그대로 관입하여 매달았습니다.
이곳은 긴 복도를 따라 걸으며 설명을 봄과 동시에 창으로는 직접 그 설비나 장면들을 볼 수 있는 살아있는 전시관입니다.
Ps. 매스(Mass) : 물체 혹은 덩어리를 폭 넓게 지칭하는 건축 용어 입니다.
인상적인 것은 전시관 매스를 관입한 방식입니다.
첫번째로, 눈속임입니다.
분명 1층이 있는데도, 멀리서 보면 건물은 매달린 전시관 매스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1층부를 유리로 두르는 동시에, 이를 안으로 밀어넣어 잘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예요. 이러한 눈속임으로 건축가가 의도한 “매달림” 이라는 컨셉은 더욱 강조됩니다.
두번째로, 구조입니다.
매달림 공법이라는 구조로, 하단부는 I빔을 활용해 지지하고, 상단부는 ㅅ프레임을 활용해 끌어당깁니다. 이들이 긴 매스를 따라 반복되며 전체를 매달아놓는 방식이었어요.
재밌는 점은 매달려 있는 곳입니다. 기존에 있던 반복되는 콘크리트 기둥들에 I빔과 ㅅ프레임을 박아서 여기에 매달아 놓았어요.
결과적으로, 기존의 구조체를 이용하면서도, 이로 인해 정면에서 보면 I빔과 ㅅ프레임은 잘 보이지 않아 마치 부양해 있는 듯한 모습이 됩니다.
구조와 컨셉, 그리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눈속임까지. 건축이란 모든 것이 어우러져 하나의 결과물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물인 것 같습니다.
기존 건물은 수직과 수평.
즉,수평으로 길게 뻗은 건물에서 다양한 설비들이 놓여 파쇄 및 배합 등의 과정이 이루어지고, 이 결과물들이 수직으로 올라간 건물을 통해 위로 올라가는 구성입니다.
그래서 앞서 설명한 부분을 수평건물의 리모델링 이라 한다면, 수직건물의 리모델링은 다른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건물에 지정골강판을 덧대어 꾸며냈는데요, 이어지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전시장이 된 현 시점에서 수직으로 올라간 높은 공간은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답으로 전시를 모두 보고 난 후 올라와서 단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만들어, 기존의 광산과 현재의 무릉별천유원지를 되새길 수 있는 의미있는 마지막 공간이 되었습니다.
리모델링이란, 기존의 건물을 “포장”해서 새것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 속에 “관입” 해서 어우러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2024.08.19 0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