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학생 Nov 24. 2024

취직을 했다

#62 외국인 노동자

학교를 다니며 열 군데도 넘는 회사에 지원서를 냈었는데 무응답이거나 다른 지원자를 찾았다는 거절이었다. 학생비자 신분으로는 일주일에 최대 20시간 근무인 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파트타임으로 구하더라도 회사 상황에 따라 더 일해줄 사람을 구하는 거겠거니 할 수밖에.


졸업을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까 싶기도 했지만 주변에 물어볼 데가 없으니 일단 워크비자 기다리는 동안 맘에 드는 공고들을 저장해 두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취직을 했다.


비자가 나오기 전 한 회사에서 내가 관심 있는 직무에 자리가 났다. 급히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정리해서 메일을 보내고 며칠 후 면접이 잡혔다. 두 차례 면접을 보고 허무하게도 다른 소속 다른 직무로 오퍼를 받았다. 복잡한 마음에 다른 회사 몇 군데에도 이력서를 넣었다.


이제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워크비자 3년 동안 인증고용주*에서 1년 이상을 일하면 영주권이라는 안정적인 신분이 생긴다. 다른 회사에서 프로세스를 진행하면 최소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텐데 빨리 안정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증고용주 (accredited employer) :

An employer approved by Immigration New Zealand to employ workers on the Accredited Employer Work Visa (AEWV). Only accredited employers can support an AEWV.

- Immigration New Zealand

뉴질랜드 이민성에서 인증한 고용주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비자지원을 할 수 있는 사업체


한참을 고민한 후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 사이 3년짜리 워크비자 승인이 났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난 후 다른 회사에서 면접 연락이 왔지만 취업이 되었다고 거절을 했다. 불과 몇 달 차이인데도 비자가 생기고 나니 취업시장이 다르게 다가왔다.


결국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겠거니. 뉴질랜드는 젊은 인구가 호주로 많이 빠져나가고 빈자리를 외국인들이 메우는 구조가 되었다. 신입과 해외경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많지만 중간 경력자가 많이 비어있는 상황. 특히나 내 직무는 코로나 기간 동안 수요가 늘었고,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해서 내보내는 신입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몇 년이 지나면 채워질 자리이고 일시적이다. 그렇지만 지금이 업무경력이 10년을 넘지 않는 나에게 좋은 기회이다.


출근을 한 지 몇 달이 지났고 새 회사에 적응 중이다. 시스템에 사람들에 직무에,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다가도 또 할만한 날들의 연속. 금요일이면 일주일을 잘 살아냈구나 와인 한 병을 사 온다. 앞으로도 여러 날을 불안정하게 살아야 할 테지만 직업과 수입이 생겼으니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할로윈데이를 대하는 자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