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버리는 것 들
다소 춥게 느껴져 양말까지 야무지게 신고 즐겼던 지난날의 이 공간에선 봄이 오는 게 기다려지지 않았다.
특별한 시간과 같이 했던 이 공간에선 말이다.
너무 오래돼서 버리려고 놔뒀던 탁자는 이제 버릴 수 없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길지만 짧았던, 짧았지만 길게 나눴던, 아직 정리가 될 시간도 지나지 않은 말과 글들을 생각해 보면 잠깐 동안 뇌구조의 변화가 왔었던 것 같기도 하다.
후회될게 분명해서 괜히 연초를 물었다.
원래는 후회할걸 알면서도 다가섰는데 이제는 나를 더 힘껏 당겨놔도 쉽지 않은 게 되어버렸다.
탄력이 없어져 그런 건데 그 탄력은 시간을 곱씹는 걸로 대신해야 할 것 같다.
끝까지 버티던 봄도 어쩔 수가 없었나 보다.
기분 좋은 온기가 이 공간을 채워 놓으니 차를 한잔 해도, 책을 봐도 좋다.
노곤해지면 잠깐 눈을 감아도 좋다.
너는 내게 추운 날, 그렇게 온기처럼 다가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