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고 싶은 봄
매년 비슷한 봄을 보며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매일 산책 가는 길에 나무들은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했는지 꽃들이 많이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없었고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나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나무들을 보면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렇구나'하면서 지나쳤었는데 이번에는 분명히 같은 봄인데도 유난히 다른 게 다가오는 걸 느끼고 있다.
갈수록 더 빨리 가는 시간이 흘러가는 건 막을 수도 없고, 그 속도를 늦출 수도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면서 이번 봄은 어떻게든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이 순간을 오래 머물게 하고 싶다.
계절이 바뀌면 바뀐 계절에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움이 있으니 다음 계절이 기다려지지는 않더라도 가는 계절을 잡고 싶단 생각을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난히 봄을 좋아하고, 봄에 피는 꽃을 좋아하고, 일 년 내내 봄 때문에 정원을 가꿀 수 있는 그런 마음.
벚꽃이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하던 때부터 만개할 때까지 하루 종일 보고 그것도 아쉬워 밤에도 보고 그 순간들을 더 기억하고 싶어 사진도 찍고.
윤중로에 피어난, 석촌호수에 피어난 벚꽃이 아닌 집 앞에 벚꽃이 더 좋아 보이는 그런 마음.
그런 마음들을 계속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내 세계의 경계가 넓어지고 그 안에서 또 새로운 배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봄은 색깔도, 바람의 온기도, 꽃잎의 미세한 차이들도 이전과는 다르게 스며드는 것 같다.
언제나 찾아오는 계절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과 감동을 만날 수 있다면 삶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겠다.
얼마 살지 못했지만, 참 오래 살고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