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라고 부르는 큰아버지 아들은 우리 엄마, 아빠의 젊은 시절을 유일하게 말해줬던 사람이다.
"그때는 너희 집 잘 살았었어"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드는 게, 잘 살았던 때가 내가 태어나지 않았을 때 그리고 갓 태어나서 내가 기억을 못 했을 때 잘살았다고 하는데 내 기억에는 없다 해도 엄마, 아빠한테는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 괜찮은 걸까.
그래도 너무 짧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분은 워낙 사람들 도와주고, 불쌍한 사람들 그냥 못 지나치고 퍼주고 하는 사람들이라 잘 살았던 때는 아마도 최선을 다해서 퍼줬을 것 같다.
그렇게 잘 살았던 내 기억에 없는 시간은 지나가고 셋방살이하던 때로 돌아가면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 있는 것들이 꺼내보면 무수히 많다.
그중 하나가 롤케이크다.
셋방살이를 하면 지금처럼 연립주택이나 아파트가 아니니 꼭 주인집과 같이 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 주인집의 아들은 나와 동갑이었다.
주인집 아들과 나는 옷과 장난감들 그리고 먹는 것들이 차이가 났다.
어느 날 친구인 주인집 아들은 빵을 먹고 있었다.
"뭐 먹어?"
"나 빵 먹지"
"그거 무슨 빵이야?"
"이거 롤케이크야. 너 롤케이크 몰라?"
"롤케이크? 케이크는 생일 때 먹는 거 아냐? 다르게 생겼는데?"
"나도 몰라, 아무튼 이거 롤케이크야"
"그렇구나"
원래는 주인집 아들이 뭘 먹는 걸 보면 '한입만'을 하면 되는 건데 그날은 그 말을 하기 싫었었나 보다.
엄마가 집에 올 때까지 대문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롤케이크 사달라고 해야지'
엄마가 왔다.
"엄마! 엄마! 롤케이크 사줘!"
"뭔, 케이크?"
"롤케이크!"
그렇게 사달라고 때를 쓰다가 결국 엄마한테 엄청나게 혼났고 도망 다니면서 매를 맞았다.
주인집과 같이 살고 있으니 혼나는 소리를 다 들었나 보다.
해가 떨어지고 주인집 아줌마가 조심스레 롤케이크를 놓고 갔다.
엄마가 많이 민망했을 것 같다.
그렇게 엄청 혼나서 얻어진 롤케이크를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금은 롤케이크 때문에 엄마한테 엄청 혼났던 기억밖에 없다.
그냥 '한입만' 했으면 좋았을걸.
빵을 좋아하는데 거의 먹질 않는다.
먹어봤자 식빵 정도 먹는 것 같다.
그리고 예전처럼 롤케이크가 있는 곳도 이제는 점점 없어져서 내가 서운했던 시절이 롤케이크와 같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지만, 서운함도 같이 데리고 가는 거니 괜찮다고 할 수 있겠다.
좋았던 기억들을 찾아보고 싶어 무지 애를 쓰는데 그게 잘 안된다.
마음에 병이 생겼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