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갔다.
역에 도착해서 그녀를 기다렸는데 담배 하나 필까 싶었지만 참았다.
'도착해서 담배 피우지 말고 기다려!'
아쉽긴 했지만 꺼냈던 담배를 다시 답배갑에 넣고 한숨 한번 쉬고 기다렸다.
그녀가 도착했다.
조수석에 올라타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오른쪽 얼굴을 가만히 보면서 생각했다.
'어떻게 매번 볼수록 다른 얼굴일까. 이 정도 봤으면 내 눈에 이뻐 보이는 정도가 더 강해지는 게 아니라 그 정도 상태로 머무르는데 갈수록 더 이뻐 보이면 어쩌란 말인가'
귀 옆 바람에 하늘거리는 머리카락을 살짝 귀 뒤로 넘겨주고 머리를 천천히 몇 번 쓸어줬다.
손에는 힘이 들어갔지만 머리카락에 내 손바닥이 닿을 때는 힘이 들어간 게 느껴지지 않도록 조절이 된다.
그렇게 머리를 만지면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그녀도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입은 아무 말이나 하고 있다.
"배고프지? 뭐 먹을까?"
"나, 아무거나 먹어도 되지"
"그래?"
"응, 지금은 뭘 먹던 상관이 없어. 그 어떤 걸 먹어도 똑같을 거야"
"그럼, 쌀국수 어때?"
"쌀국수 좋지. 그거 먹으러 가자"
건물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지난번에 로또 판매점 앞을 지났을 때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난 맨날 저기 보면서 로또 사야 하는데 생각하고 현금을 매번 안 챙겨 와'
"우리 밥 먹고 저기 가서 로또 사자"
"그래? 현금 있어? 나 현금이 없는데"
"지난번에 그렇게 얘기해서 내가 현금을 가지고 왔지. 봐봐 이 정도 가지고 왔어"
"우와, 돈 많네!"
"나 돈 많지. 그런데 밥 먹고 로또 사는 거 까먹을 수 있으니까 지금 살까?'
"아니, 절대 까먹을 수 없을걸. 밥 먹고 사자"
"그래!"
여전히 그녀와 같이 어떤 걸 먹어도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먹는 게 너무 조심스럽고 혹여라도 먹는 모습이 조금이라도 싫어 보일 수 있을 것 같단 생각만 들어 내가 뭘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배는 고프니까 먹긴 먹는다.
음식을 입에 넣고 조심스럽게 오물거리다 삼켜서 배가 고픈 것만 달래준다.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처음이다.
내가 이제 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정말 이랬나 싶을 정도로 나 스스로 생소한 느낌과 조심스러움이 계속 날 어색하게 했다.
이런 것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차분하게 생각해 보면 그래도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똑같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도 괜찮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떻게 먹었는지 모를 쌀국수를 먹고 로또를 사러 갔다.
매번 로또를 살 때마다 자동으로 생각 없이 구매했었는데 이제 나도 의미 있는 번호 여섯 개가 생겨 그 조합으로 체크를 해서 구입했고 그녀의 것은 자동으로 구입했다.
"계좌번호 쓰여있네! 돈 입금하고 구입하면 되는 거야?"
"응, 이렇게 해놓은 곳 몇 번 봤어"
"그렇구나. 난 몰랐네. 입금하고 살걸"
"내가 현금 가지고 다니면 되지 뭐"
로또를 구입하고 나와 그녀는 물었다.
"나 로또 1등 되면 뭐 하지?"
"너네 집 새로 지어"
"그럴까? 오빠는 로또 1등 되면 뭐 할 거야?"
"나? 너네 집 새로 지어줘야지"
"정말?"
"응!"
진심이었다.
나한테 필요한 건 그녀 말고 없다.
길을 건너면서 바람이 살랑 불어 그녀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또 만져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