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누리지 못하는 습관

by Rey

내가 먹는 게 부실해 보였나 보다.


집으로 장어를 보냈다.


그냥 내가 먹으면 될 것을, 난 아직 젊으니 엄마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저녁은 그리 많이 하지 않으니 아침에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친구가 엄마 먹으라고 장어를 보냈네, 밥이랑 같이 먹으면 되겠어"


"아까 콩나물 삶고, 양념도 좀 남아있는데 거기에 라면 반 개 넣어 먹을까 하는데"


장어는 그냥 내가 먹어야 했었나 보다 싶었다.


"아, 그래? 그래도 밥에다 먹는 게 나을 텐데... 아니다 뭐 어때, 그럼 라면 끓일 동안 내가 구워놓을게"


라면에 넣을 떡국떡도 조금 꺼내놓고 장어를 구웠다.


같이 먹을 게 없어서 파 조금 썰어놓고 깻잎만 간단하게 준비했다.


그새 끓인 라면을 먹고 있는 엄마한테 장어를 가져다줬다.


"한번 먹어봐"


하나를 집어 들어 먹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제 다시는 장어 안 먹을 거야"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야, 이제 정말 안 먹어"


"친구가 엄마 먹으라고 보내 준 건데 그렇게 말하고 싶어?"


"친구가 나 먹으라고 보냈겠어, 너 먹으라고 보냈겠지"


"그냥 좋은 음식 먹으면 될 것을 꼭 말을 그렇게 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냥 맛있구나 하고 먹으면 그만일 텐데 가끔 저런다.


이럴 때마다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 드는데 왜 그런지는 안다.


맛있는 게 있어도, 맛있는 걸 해줘도, 좋은 걸 누리게 해 줘도 진심으로 즐기지 못하는 마음이다.


이건 단순한 취향등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쌓인 마음의 습관이나 상처다.


아마도, 즐거움을 느끼는 데 죄책감을 가지거나 익숙지 않음에서 오는 뭐 그런 것.


엄마처럼 어려운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 중 이런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자신에게 뭔가 좋은 걸 쓰면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 편하게 누려도 될까'하는 무의식적인 부담을 가지는 경우라 생각된다.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해왔으니 자기 자신을 위한 기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그런 마음.


알긴 하지만, 이럴 때마다 마음이 좀 그렇다.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냥 이럴 땐, '이놈의 팔자' 정도로 한번 작게 뱉어주고 다른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 장어는 무조건 내가 다 먹을 거야' 하는 결심과 함께 말이다.

20250423_102520.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로또 되면 뭐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