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의 토크쇼> 9/10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예측이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관객은 당연히 오컬트 영화니까 진짜 악마가 나오긴 하겠지 한다. 그러나 영능력자 사냥꾼 카마이클의 행동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던 카마이클이 단체 최면을 거는 반전을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도 한 번 더 반전을 준다. 카마이클이 거스의 최면을 풀려고 하는데 안 된다. "이러려고 한 게 아닌데.." 여기서 어? 뭐가 안되나? 싶었다. 근데 갑자기 최면이 풀린다. 릴리의 칼을 자기 목에 갖다 대며 염동력에 걸린 것처럼 장난을 치던 것처럼, 관객을 속인 것이다.
반전은 양날의 검이다. 클리셰를 피하려다가 클리셰만도 못한 전개를 보여주는 리스크도 있지만, 관객이 놀랄 만한 반전을 준다면 그 영화만의 특색이 될 수 있다.
먼저 오프닝에 대해 설명하겠다. 잭의 인기가 상승하다가 하강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 잭의 여러 쇼(돌림판, 원시인, 거미 상자)
2) 5년 계약을 맺는 장면
3) 메들린이 참여한 쇼
이후엔 잭의 인기가 떨어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엔딩 장면에선 다음과 같이 이 과정이 다르게 나온다.
1) 잭의 여러 쇼(원시인, 거미 상자)
이때 거미가 들어있던 상자에 카마이클의 최면에서 나온 지렁이가 나온다.
2) 메들린이 참여한 쇼
3) 소용돌이 돌림판
4) 그로브의 나무
5) 5년 계약을 맺는 장면
이후엔 그로브의 의식을 치르는 장면을 보여준다.
마치 카마이클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지렁이 장면이 나온 후부터 사건들의 순서와 내용이 바뀐다.
"이 기억도 잊으려고 했어?"
엔딩 장면에서 메들린과 진행했던 쇼에서 그녀가 묻는다. 오프닝의 같은 장면에서 나온 대사랑 다르다.
뒤이어 나오는 의식을 치르는 장면에서 그의 성공의 대가가 메들린을 희생임이 공개된다.
잭은 아마 성공하고 싶지만 그 죄책감에 사로잡혀 기억을 왜곡한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고,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같은 맥락에서 사건들의 순서와 내용이 바뀐 것 아닐까?
죄책감을 덜기 위해 자신의 기억과 무의식을 정리하는 것이다. 돌림판의 소용돌이는 이를 위한 최면이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를 보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잭의 죄책감 때문이다.
"1위를 하기 위해 어떤 희생이 있었나요?" 기자가 묻는다.
"제일 큰 희생은 아직 치르지 않았습니다." 국장이 대신 대답한다.
잭이 그로브의 의식을 치르자 아내가 있는 병실로 가는 문이 열린다. 릴리의 칼로 아내를 죽이자 현실로 돌아온다. 칼에 찔려 있는 것은 릴리였다. 앞서 릴리의 칼은 제물을 바치는 의식에 쓰인다고 나왔었다.
아직 치르지 않은 제일 큰 희생은 메들린의 죽음이다. 그녀는 담배도 안 폈는데 폐암에 걸려서 죽었고, 릴리의 칼은 제물을 바치는 의식에 쓰인다고 나왔다. 이는 1위를 하기 위해 잭이 아내를 제물로 바쳤음을 보여준다.
아내를 제물로 바쳐 자신의 성공을 바란 잭. 그러나 잭은 그렇게 기억하지 않았다. 병실 장면에서 잭은 마치 메들린의 고통을 덜어주는, 그녀를 위한 선택을 하는 것처럼 그녀를 찔러 죄책감을 던다. 잭은 <메멘토>의 주인공 레너드와 비슷한, 혹은 조금 더 나쁜 사람인 것이다.
처음엔 엔딩이 이해가 안 됐다. 2번 보니까 됐다. 감독이 엔딩 장면에서 뭘 숨기려고 한 것 같진 않다. 근데 왜 이렇게 빠른 전개로 한 번에 이해 못 하게 만들어놨을까 싶었다.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영화 같진 않은데 엔딩 부분의 전개가 너무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