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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친환경임

종이빨대에 관한 헛소리

by 진동글

점심을 먹고 팀원들과 카페에 갔다. 그 카페에서는 종이빨대를 사용하고 있었고, 한 팀원은 종이빨대를 보자마자 질색하며 말했다.



“종이빨대야말로 최악의 발명품 아니에요? 맛도 이상해지고, 환경에도 딱히 유익하지 않대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종이빨대 만든 사람을 콩 때리고 싶어요.”



다들 웃었지만, 문득 궁금해졌다. 종이빨대는 정말 환경에 유익한 걸까? 그렇지 않다면 진짜 왜 만들었을까?



출처: 잔망루피. 종이빨대를 먹을 때면 이런 표정이 지어진다.


전체 해양 쓰레기의 8퍼센트를 차지하는 플라스틱 빨대는 거북이, 물고기, 조류 등이 빨대를 삼켜 질식사하거나 부상을 입히기도 하고, 분해되지 않아 미세 플라스틱으로 쪼개져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설상가상으로 2018년 유럽연합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제한했고, 여러 나라에서도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체재를 찾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종이빨대이다. 플라스틱과 달리 빠르게 분해되는 종이, 재활용이 가능해 보이는 종이, 생분해도 가능할 것 같은 종이. 이러한 기대감에도 종이빨대의 한계는 꽤 빨리 드러났다.



격적이게도 종이빨대는 생분해가 어렵다. 액체에 젖지 않도록 플라스틱 코팅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생산 과정에서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게다가 소비자에게는 불편함을 준다. 오랜 시간 사용 시 눅눅해지고 쉽게 찢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종이빨대는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재로의 기대치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녹색(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가치를 표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종이빨대는 그린워싱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환경 보호라는 이상적인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환경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기업들이 종이빨대를 도입하며 강조하는 "환경을 위한 작은 불편함"이라는 메시지는, 소비자들에게 죄책감을 덜어주고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상징적인 슬로건에 가깝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그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신이 환경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실제로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불편함은 단순히 기업의 마음이 가벼워지도록 돕는 행위일 뿐이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우리가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기업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그린워싱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종이빨대는 그린워싱의 사례이자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상징이다. 우리는 단순히 기분 좋은 상징을 원하는가, 실질적인 변화를 원하는가.



카페에서 종이빨대를 받게 된다면, 그것이 진짜 ‘친환경’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환경 보호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지만, 그 행동이 진정성을 잃고 단지 ‘친환경’이라는 상징에 그치는 순간 우리도 모르게 퇴색된 가치를 소비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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