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열쇠 하나
주머니 속에서 덜컥, 소리를 낸다
그 소리만으로도
어느 잊힌 문 하나가
내 마음 안쪽에서 조금씩 열린다
그날, 너와 함께
낡은 방 하나를 열었지
문은 삐걱였고
안엔 바닥을 기던 햇빛과
너의 웃음이 천천히 퍼지고 있었다
너는 말없이 창문을 열었고
나는 그 옆에 서서
너의 어깨에 머무는 햇살을 지켜보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순간은 언제나 돌아온다
지금, 그 열쇠는
손끝에서 낯설게 식어가고
내가 무심코 돌릴 때마다
그 방의 냄새, 먼지, 공기 속의 너
모두 다시 내 안에서 고개를 든다
비록 그 문은 닫혔고
우리는 돌아가지 못하지만
열쇠는 여전히 너를 향해 열린다
그 방에 남겨진 너의 체온
네가 머무르던 자리에 가라앉은 말들
그것들을 나는
손 안의 열쇠로 조용히 만지고 있다
너는 없고 문도 사라졌다
나는 아직도 그 방을 열고 있다
내 안 어딘가에서 조용히
그리고 매일, 아주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