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걷는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그 조용한 울림이
내 마음 어디선가 퍼진다
땅에 닿는 매 순간
너의 얼굴이 번지고
함께 걷던 시간
되살아나는 고요
비는 내리지만
그 소리는 시간의 심장처럼
천천히, 그리고 확실히
내 안 깊은 곳을 두드린다
너와 함께 웃던 순간들,
나눈 이야기들,
빗물에 스며들어
물방울 하나하나에 담긴 채
깊숙이 고인다
말없이 떨어진 그 마음,
이제는 물처럼,
조용히 내 안에 쌓여간다
그날, 너는 잠시 우산을 접었고
나는 그 틈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너의 눈동자에 맺힌 한 방울이
지금도 내 안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고요 속에서
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면
마음은 또 다른 비처럼
조용히 흔들리며
그 시절로 돌아갈 것이다
물방울 떨어지는 그 소리 속에서
나는 우리가 놓쳤던
손끝을 다시 느끼곤 한다
그 소리가 멈추지 않기를
언제까지나 내 안에서 울리기를
그렇게,
물방울 하나하나가
내 기억을 다시 불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