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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 맺힌 이슬

by 아이언캐슬

새벽이면
창문은 늘 안쪽으로 꿈을 숨겼다
투명한 방울들이
밤의 호흡을 따라 맺히면
그 속엔 말해지지 않은 얼굴이 떠올랐다


손끝이 닿으면 사라질 것 같아
조심스레 바라만 보았지
그 작은 구슬 안에는
아직 오지 않은 목소리가 잠들어 있었고
빛은 기억의 막을 통과해 흔들렸다


물방울 하나가 흘러내릴 때마다
시간은 거꾸로 미끄러졌고
우리가 걷지 못한 새벽들이
창틀 아래에서 다시 태어났다


어느 순간
그 방울이 터지면
꿈에서 흘러나온 기척이 가슴을 적셨다
눈을 뜨고도 깨어나지 못한 채
나는 여전히 너의 숨결을 마셨다


새벽은 이슬을 흘리며
창문을 비밀의 강처럼 열어젖혔고
나는 그 강을 건너지 못한 채
투명한 물결 위에서 기다렸다


언젠가 문득
이슬이 증발하는 자리에
너의 그림자가 되돌아올 것만 같았다

창문에 맺힌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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