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유에코(UECO)가 있다. 부산에 있는 벡스코처럼 각종 전시 및 행사가 가능한 공간이다. 울산역과 가까운 곳에 그 건물을 지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겨울에는 이곳에 '상상체험 키즈월드'라는 대형놀이터가 운영된다. 참 머리 좋은 사람들이다. 추운 겨울에 아이들 데리고 실내에서 놀아라고.
12월부터 3월 초까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대형 키즈카페가 유에코에 생기는 것이다. 작년 겨울에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을 두 번 방문했었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올해도 가보았다. 비용은 그리 싼 편은 아니다. 오후 3시 이후에는 그나마 가격이 많이 내려간다. 저녁 6시까지 운영을 하기에 3시에 입장해도 충분히 뛰어놀 수 있어 우리는 3시 이후에 입장하였다.
작년에 방문하여 보니 종일권을 끊고 오전에 가서 놀아도 2시간 이상 지나니 지쳤다. 돗자리를 펴놓고 놀다가 거기에 파는 간식거리로 식사를 하고 또 놀고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3시간 정도 되니 더 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면 3시 이후에 조금 싸게 입장하여 집중적으로 놀고 6시에 나오는 것이 우리 애들에게는 맞는 듯하였다. 오후 5시 넘어가면 더 한산해져서 각종 기구를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다.
작년에는 첫째가 4학년, 둘째가 5살이었다. 5학년인 첫째에게 좀 시시하지 않겠느냐 물어보니, 가고 싶다고 한다. 아직은 그곳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인 듯. 사실 어른도 놀만한 것이 많아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면 땀이 나고 체력이 바닥난다. 둘째는 올해 6살이 되어 더욱 몸 쓰는 것이 자유롭다. 작년에 두 번 가봤다고 올 해는 거침없이 논다. 둘째는 놀이기구 타는 것에 대한 겁이 없다. 스릴을 즐기는 타입이다.
입장을 하면 신발주머니에 신발을 넣고 실내 적이 한 곳에 돗자리를 깔고 가방과 외투를 두면 된다. 어떤 부모는 아이들끼리 놀아라고 보내놓고 핸드폰을 하기도 하고, 누워 잠을 청하기도 한다. 간식코너에서 먹거리를 사 와서 먹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가족은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노는 스타일이라 한 곳에 소지품을 챙겨두고 다 같이 이동하였다. 둘째는 신이 나서 제일 먼저 타고 싶은 놀이기구로 손을 잡고 우리를 이끈다.
아주 길게 생긴 미끄럼틀로 된 에어바운스를 타러 왔다.한 사람씩 올라가서 타기에, 줄이 조금 있었다. 둘째 차례가 되니 기다렸다는 듯이 성큼성큼 기어 올라간다. 손을 몸 앞에 엑스 자로 만들어서 거침없이 내려온다. 신난다면서 또 줄을 선다. 정말 겁이 없다. 어른이 타도 된다기에 한 번 올라가 보니 생각보다 높다. 떨어지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 떨어지는 속력이 생각보다 빠르다. 생각보다 무섭다.
다음 놀이기구로 이동한다. 미니 바이킹에도 줄이 조금 있었지만 금방 차례가 되었다. 적당한 높이의 스릴감. 이 정도 높이가 딱 좋다. 바이킹을 타고나서는 또 다른 에어바운스에 가서 막 뛴다. 에어바운스가 여러 가지 있어서 아무 곳에 가서 신나게 뛴다. 미끄럼틀이 있는 곳에서는미끄럼틀도 탄다. 금방 땀이 난다. 아이들은 머리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는 '장애물 에어바운스'이다. 작년에는 입구와 출구를 같은 쪽에 배치하여 출구로 나오자마자 입구에 들어가기를 계속 반복하였었다. 올해는 일자로 구성하여 입구와 출구가 상당히 멀다. 그래도 출구로 나와서 입구를 향해 뛰어간다. 입구에 들어설 때 뜀틀 넘듯이 들어가는 둘째의 뒷모습이 참 의기양양하다. 장애물을 극복하고 누가 누가 빨리 출구에 도착하나 대결하니, 엄청난 속도로 달려간다. 무한반복으로 또 입구를 향해 달려간다.
놀이기구 중 체력소모가 가장 심한 것은 '다람쥐통'이다. 물 위에 둥둥 떠있는 에어 다람쥐통 안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뒹굴면서 웃다 보면 체력이 방전된다. 그 안에 들어가면 어른, 아이 모두 웃으며 운동을 하게 된다. 일어서서 두 발로 다람쥐통을 굴리고 싶으나, 네 발로 기어가듯이 굴리게 된다. 내 옆에 있는 아들은 때굴때굴 구르면서 계속 웃고 있다. 엄마랑 둘째랑 탄 다람쥐통을 보니 엄마가 굴리고, 둘째는 옆으로 때굴때굴 구르고 있다. 한 번은 탈만한데 두 번 타니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한 번만 타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수중모터보트'가 작년에도 있었던가? 물 위에 둥둥 떠서 범퍼카처럼 핸들을 돌리며 이동하는 놀이기구가 있다. 어른은 탑승이 불가하다. 첫째는 혼자 타고 싶은데, 둘째가 오빠랑 같이 타고 싶어 하여 둘이 같이 하나의 보트에 탔다. 두 아이가 꽁양꽁양 하며 핸들을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 흐뭇하다. 마치 연인처럼 보이는 두 남매의 모습을 보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처음에는 첫째만 핸들을 돌리더나, 나중에는 둘째도 핸들을 돌리면서 둘이 웃으며 보트를 즐겁게 타고 있다. 여보는 그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고 있다.
놀다 보니 어느덧 5시가 넘어간다. 슬슬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실내가 한산해진다. 마지막으로 더 타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처음 탔었던 긴 미끄럼틀과 장애물 바운스를 또 하자고 한다. 긴 미끄럼틀을 타러 가니 줄이 거의 없다. 조금 기다리니 금방 탈 수 있다. 주욱 미끄러져 내려와 또 줄을 선다. 또 올라가서 미끄러져 내려온다. 진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애물 바운스를 하러 간다. 입구에 들어설 때 꼭 괴물의 입 속을 들어가는 전사처럼 투지 넘치게 달려 들어간다. 출구로 나와서 또 입구로 달려간다. 진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장애물 바운스를 통과하고 행사장을 빠져나온다.
오후권을 해서 15시 이후에 와서 신나게 놀고 가는 방법이 우리 가족에게는 맞는 것 같다. 하루 종일 있으면 무리가 될 것 같고, 지겨울 듯싶다. 겨울에 '유에코 상상체험 키즈월드'에 놀러 가는 것을 내년에도 할까? 아마 둘째가 원해서 내년에도 올 것 같다. 내년에 첫째는 같이 같다고 할까? 6학년이라도 초등학생이니, 내년까지는 함께 갈 것 같다. 그다음 해에는 과연 첫째는 따라올까? 둘째는 또 가자고 할 것 같다. 과연 나는 여기 '유에코 상상체험 키즈월드'를 몇 년도까지 방문할까? 둘째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안 간다고 할까?
다음날 일어나 보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학교 대항 A매치 배구 경기를 한 것 같은 몸 상태이다. 나와 여보, 첫째는 피곤해 힘들어하는데, 둘째는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다. 울버린 같은 회복력을 가진 둘째. 둘째와 함께 내년, 내후년에도 상상체험 키즈월드를 방문하여 함께 뛰어놀아줘야겠지. 한 해 한 해 나는 나이를 먹으며 체력이 달릴 텐데. 둘째와 함께 뛰어놀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체력을 올려야 한다. 향후 5년 정도는 더 가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