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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다 Xeuda May 25. 2023

들통나기를 주저하지 않기

안녕하세요. 싱어송라이터 쓰다 (Xeuda)입니다.

   글쓰기를 시작할 당시 “나의 작업을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했습니다. 약간의 긴장도 있었지만 설레는 마음이 조금 더 컸어요. 그런데 막상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려니 등골이 서늘해지며 ‘이런, 들통나버리겠는걸.’하는 마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도망가고 싶다, 지금이라도 그만둔다고 할까 고민하다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애쓰며 살아내는 삶을 노래합니다. 저에 대한 한 마디 소개 글을 적을 때마다 늘 쓰는 문장입니다. 인생은 언제나 환희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고 고통과 불편 속에서 삶이, 사유가 시작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 버텨내기 위해 애쓰는 순간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고 있습니다. 그 기억을 잘 정리해두고 어여삐 여기고 싶었습니다.


   ‘애쓰다.’ 이 단어는 참 오묘합니다. 아주 고통스러워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편안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거기서 아주 조금 더 노력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애썼다. 과거형으로 가도 그렇습니다. 고생했다. 할 만큼 했다. 잘했다. 더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인지 ‘애쓰며 살아내는 삶’이라는 문장을 보면 묘한 안정감과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후회와 회한보단 지나간 시간, 나의 팔자를 받아들이는 초연한 마음 같은 게 더 와닿습니다. 그렇게 제 삶 속에서 애썼던 순간을 포착하여 음악으로 풀어냅니다. 그러고나면 또 한차례 살아갈 힘을 얻곤 합니다. 일종의 한풀이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음악하는 저의 이름을 ‘쓰다’라고 지었습니다. ‘쓰다’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쓰다Xeuda' 로고


   앞서 적은 소개 글 이전에 작성한 더 긴 글이 있었습니다. “자꾸만 사라져가는 ‘나’에 대해 노래합니다. 삶에 다가오는 것들 앞에 무력감을 느끼며, 앞에서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불안과 흔들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라고요.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 적었던 문장은 5년 여간의 정신없는 음악 활동 중 어느새 잊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공연을 위해 다녀왔던 모교에서 한 학생이 이 문구를 다시 상기시켜주며, “쓰다님은 노래를 할수록 자신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건네주었습니다. 이마를 탁 치고 말았어요. 정말 그런 것 같았거든요.


   음악 안에 복잡한 생각을 담아놓고 설명하기는 주저해왔습니다. 음악은 오롯이 음악으로서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음악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니 아무도 저의 생각을 알아채지 못하더군요. 심지어 저 역시도 왜 이런 음악을 만들었는지 뱉어놓고 나서는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나는 사유를 계속 해왔는지, 삶을 살아내기 위해 정말 애쓰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결과로 음악을 내놓았다고 말했으면서 음악을 만드느라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음을 정당화하곤 했습니다. 반성하는 마음과 불편한 마음으로, 또 두려움 가득 안고 다시 저를 찾아가는 여정을 떠나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을 계기로 작업물 하나하나에 어떤 의미를 담고 만들게 되었는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분명 이 과정에서 저의 빈약함과 허술한 서사가 만천하에 들통나버릴 테니 괜한 부스럼을 만드는 건 아닐까 고민했습니다만, 지금 들통나기를 주저한다면 결국엔 나를 표현하기조차도 멈추게 될 것 같았습니다.


    한 번 더 잘 살아내기 위해서 들통나기를 주저하지 않기로 작게 다짐해봅니다.




싱어송라이터 쓰다 Xeuda :: SNS

https://www.instagram.com/xeudamusic

https://www.youtube.com/@Xe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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