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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방청소

쓰다 2집 곡 별 코멘터리

by 쓰다 Xeuda

2집에 수록된 곡의 탄생 비화를 적습니다. 당시에 적었던 글도 있고 새롭게 쓰일 글도 있을 거예요. 쓰다 2집 <사랑의 말을 가르쳐주세요>를 조금 더 풍부하게 감상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시금 옮겨 적습니다. 제가 만났던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글과 음악으로 들어주세요!



"올해는 조금 더 다정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세요"


1집을 발매하고 한 달. 나의 삶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물론 이럴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그 일이 현실로 닥치니 조금 더 허망하고 조금 더 무기력했다. 매일매일, 발매 직전까지 할 일이 끊임없이 있었는데 이제는 없다. 이렇게 없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지만 따지고 보면 시기상 일이 없을 때가 맞고, 인디 뮤지션의 앨범 발매 후 활동이란 사실 또 별거 없기 때문에 뭔가 잘못된 것은 분명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공허한 마음은 도무지 채워지지 않았다. 텅 빈 마음에 시기, 질투, 혐오와 연민 같은 것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마음을 발견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당장 손쓸 수 없는 것들을 걱정하는데 진저리가 났다. 여행을 가야겠다. 어딘가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곳으로. 언어도, 표정도, 날씨도 다 다른 곳으로.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야겠다. 그렇게 조금 충동적으로 치앙마이행 티켓을 구매해 버렸다.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쉴 새 없이 불안하게 했던 것들이 낯선 땅에 도착하자마자 스위치를 끈 것처럼 사라졌다. 삶을 흔들던 고민이 뿌리째 사라졌다. 이렇게 간단히 사라져 버리다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무엇이 나를 그렇게 괴롭게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따뜻한 공기, 햇살, 싸고 맛있는 음식, 재밌는 사람들을 만났다. 비어있던 마음에 온기가 들어오니 여유가 생기고 표정엔 생기가 돌았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평생 그런 기도를 해본 적이 없지만, 치앙마이의 사원을 방문할 때마다 2023년에는 조금 더 다정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왠지 그런 마음이라면 뭐든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은 진지하게 몇 번이고 되뇌었다. 내 마음에 케케묵은 먼지를 다 털어내고 그런 마음을 담아낼 수 있다면, 그때부터는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행사진2.png


여기서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모든 것들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았다. 떠나기 전 허물처럼 벗어 놓고 도망쳐 나온 것들이 지겹게 주변을 맴돌고, 여느 때의 여행처럼 '잘 살아보세!' 외쳤던 다짐들도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여전히 내 마음엔 다정한 마음보다는 시기와 질투가 가득하고 그로 인해 불안한 마음도 그대로다.



그래도, 그럼에도.

내가 했던 기도는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으니

분명히 뭔가 정리가 되긴 했을 거다.


- 2023. 01



https://youtu.be/FZJuhUXOxEE?si=pgJBLejekJEHfdfi


< 쓰다 - 방청소 >


내 안에 가득 들어앉은 꿈

꺼내어 볼 수 있다면

깨끗이 닦고 광을 내어서

너에게 바로 건네줄 거야


내 안에 가득 들어앉은 널

꺼내어 둘 수 있다면

깨끗이 닦고 광을 내어서

내 안에 더 잡아둘 텐데


아아아

부서진 마음의 조각들

털어낼 수 있다면

아아아 아-

너를 꼭 안아줄 텐데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

기도하듯 말했어

언젠가 그게 이뤄질지도

그럼 널 안아줄 텐데


아아아

부서진 마음의 조각들

털어낼 수 있다면

아아아 아-

너를 꼭 안아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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