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10
09 잘 가 (다시 만나자)
자 벌써 헤어질 시간입니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았으니 이제 잘 가시라 인사합니다. 이 곡은 제목 그대로 잘 가! 다시 만나자! 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어떤 이들의 헤어짐의 인사는 “잘 가”라는 말 대신 “죽지 말자”라고 합니다.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너무도 가까운 죽음 앞에 씁쓸하게 웃으며 나눌 수밖에 없는 인사.
저는 추운 겨울날 학교 앞에서 친구와 붕어빵을 나눠 먹고 헤어지는 장면이 계속 생각이 나요.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차마 하지 못하고 자꾸자꾸 인사만 하는 모습이요. 한 발 돌아섰다 다시 보고 인사하고 또 인사하고 계속 인사만 주고 받는 애틋한 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은 조금 길어요. 또 보자, 다시 만나-라는 가사가 반복됩니다. 헤어지기 싫을 때 자꾸 뒤돌아 인사하는 마음, 그리고 동시에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그 애석한 마음까지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뒷부분으로 갈수록 파도가 치는 듯 감정이 밀려오고 다시 작아지고 다시 커지는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잘 들어보시면 기타의 스트로크도 커졌다 작아졌다하고 드럼도 강약조절을 하고 있어요. 말할 듯 말 듯 할 듯 말 듯 입술이 떨어졌다 다시 붙는, 그런 느낌을 내려고 했습니다.
뒷부분에는 결국 만났는지 사랑한다고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잔잔한 연주가 이어지며 긴 기타 솔로가 등장합니다. 이것도 명환 씨가 따로 녹음을 해서 보내줬는데요. 내내 부드럽게 연주하던 명환 씨가 여기서는 정념을 발휘했는데 그게 또 곡의 분위기랑 잘 맞는 것 같아서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제가 만들었지만, 슬프고 아름다운 느낌의 곡입니다. 앞부분 오르골 같은 사운드가 들어가는데요. 저는 이 부분이 도마의 2집 앨범 중 “겨울발라드”에서 사용된 사운드랑 결이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 앨범도 카코포니님께서 프로듀싱을 해주셨고요. 그래서 여러모로 참 감사했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던 작업이에요.
10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렇게 느낄 수도 있죠. 그런 감정이 들 수도 있어요.”
이유를 모른 채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저의 기분과 감정에 대해 물어봤어요. 그제야 처음, 어떤 기분이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냥 "슬펐고, 화가 났어요."라고 대답했는데 말하고 나니 엄청 후련했어요. 내 안에 부정적인 감정이 있었다는 걸 외면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불러주고 나니 복잡하던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고,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마음도 자연스레 해소가 되었어요.
그때의 마음을 잊고 싶지 않아서 만들었던 곡입니다. 싱글로 먼저 발매가 되었는데, [이름 없는 것들] 앨범을 시작할 수 있게 해 준 곡이라 이 노래를 앨범에 꼭 다시 싣고 싶었습니다.
가사에 ‘뒷모습’, ‘등’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나의 이런 부정적인 마음들은 잘 보이지 않는 등 뒤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뒤에서 안아주는 듯한 느낌의 곡을 쓰고 싶었어요. “그대로도” 하고 터져나오는 부분에 보컬 멜로디로, 또 콘트라베이스의 보잉 연주로 그 느낌을 극대화하고자 했습니다. 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노래도 터덜터덜 걸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뚝 뚝 끊어 만들었어요. 이때부터 슬슬 밝은 코드를 사용해서 노래를 만들기 시작한 것 같아요. 처음으로 피아노도 적극적으로 사용해보았고요.
잘 가 (다시 만나자) : https://www.youtube.com/watch?v=67Q3OvQRhmA
집으로 돌아가는 길 : https://www.youtube.com/watch?v=jhfKz1w00h0
< 잘 가 (다시 만나자) >
손 내보라며
차가운 손을 뻗어
거봐 또 차갑지
말하는 너의 입
꼭 다시 만나
슬픈 눈을 뜨고
어색한 웃음 띠어
오늘도 잘 가
또 보자
다시 만나
또 보자
다시 만나자
또 보자
다시 만나
또 보자
다시 만나자
꼭 우리 다시 만나
꼭 우리
다시 만나자
잘 가
< 집으로 돌아가는 길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꿈속에서만 보았던 길
이름 없는 작은 아이의
세상을 만났던 길에
여기에 있었다고 난 계속
언젠가 날 바라보기를
조금은 알아주기를 꼭 꼭
바라지는
뒷모습만
슬픔에 파묻힌
자세히 보니
해맑은 얼굴 뒤로
그대로도
품지 않아도
말이 안 돼도
말이 안 된대도
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꿈속에서만 보았던 길
이름 없는 작은 아이의
세상을 만났던 길에
이제야 알았다고 펑펑
눈물이 터져 나올 때
그제야 안을 수 있었던
나의 등
뒷모습만이
겨우 그곳에서만이
만날 수 있었던그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