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Xeuda 1EP
저의 첫 번째 EP 앨범 [남겨진 것들]입니다. 2019년 2월 발매되었으며 ‘남겨진 것들’, ‘화분’, ‘서울의 밤’, ‘귀마개를 파세요’, ‘어떤 날’, ‘사라진 얼굴’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2017년 처음 활동을 시작하고 2년 만에 직접 기획, 제작한 앨범으로 구석구석 저의 손 때가 가득 묻어있는 앨범입니다.
2022년 11월 발매한 1집 [이름 없는 것들]에선 흐릿했던 감정을 찾아 이름을 붙여주었다면, 첫 EP [남겨진 것들]에서는 흐릿함 자체를 포착하여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앨범 커버도 직접 제작했는데, 저의 얼굴 위로 겹겹의 사진을 쌓아 올려 경계가 모호한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곡의 배치를 통해서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흐릿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아래는 앨범을 발매하면서 썼던 소개 글입니다.
“[남겨진 것들]은 자꾸만 사라져 가는 ‘나’에 대해, 앞에서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모은 앨범입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다 정작 나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앞에 두지 못했던 사람의 마음을, 부정적이라고 표현되는 우울, 불안, 외로움, 무기력과 같은 감정을 꺼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저처럼 마음 한구석에 ‘남겨진 것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음반을 듣는 분들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미워했던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각자가 가진 ‘남겨진 것들’이 더 이상 숨어있지 않고 밖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타인의 삶과 취향 속에서 벗어나려는 발버둥’. 저는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 앨범은 그 발버둥의 기록이라고요. 세상에 던진 독백, 누군가 들어주기를 바라는 혼잣말과 같이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당장 해낼 수 있는 것 이상의 욕심은 내지 않으려 했습니다. 덕분에 저의 목소리, 통기타 한 대와 비올라. 저를 도와주던 친구들의 리듬이 전부인 조촐한 앨범이 탄생했습니다. 첫 앨범이니만큼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당시의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앨범이었고, 또 그렇기에 지금과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자신을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굳이 음악가가 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나를 표현하려는 욕구도 의지도 없었을 테니까요. 게다가 저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을 그리 즐기지도 않습니다. 처음 홍대의 라이브 클럽에 공연 신청을 하고 공연을 하러 갔던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공연의 라인업으로 초대된 뮤지션 두어 명, 그리고 엔지니어와 공간 관계자님 두어 명이 관객의 전부였던 공연이었습니다. 제 차례가 되자 땀이 비오듯 흐르고 손과 입이 덜덜 떨리고 제발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으면, 대체 왜 이 고통을 받으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무려 신청까지 해서 노래를 하겠다고 왔을까 후회하고 또 후회했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긴장의 첫 공연이 끝나면 후련하거나 자신을 해방시킨 해방감에 조금 들뜨기도 할텐데 글쎄요. 저는 썩 행복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몇 번의 무대 경험이 쌓이고 나를 채찍질할 것만 같던 시선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조금씩 느끼면서 그제야 조금 마음을 놓고 공연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자주 공연을 하고 자작곡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도 스스로를 음악가,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이라고 소개하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웠으니까요.
그럼에도 [남겨진 것들]을 발매했습니다. 누가 들으면 어떡할까, 누가 안 들으면 어떡할까, 늘 무섭고 늘 부끄러웠습니다만 그래도 자꾸 음악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며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나갔던 것 같습니다. 저는 왜 이렇게 음악을 하는 걸까요? 대체 이 ‘나’라는 것은 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까지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언젠가 속 시원하게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오기는 할까요?
남겨진 것들 전곡 듣기 : https://www.youtube.com/watch?v=P9V4trd0mTo&list=OLAK5uy_n5uaPxrZZM1J5QlbnQTfT41Vy9d_h0X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