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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제르 Aug 20. 2024

집에 있는 워킹맘, 학업맘의 인사이드 아웃 (1)

 속상한 마음

  지난해 여름, 두돌이 지난 둘째 아이를 기관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빈집에 덜렁 남은 나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혼자 하는 공부는 어쩐지 심심하고, 부족했고, 목말랐다. 공부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뭐든 최소한의 기준만 넘기면 되는 것이 퍽 시시하게 느껴졌다.


© joannakosinska, 출처 Unsplash


  매번 사탕 껍질만 핥아대는 느낌이었다. 그마저도 2퍼센트의 극소량의 과즙이 들어간 사탕을, 사탕도 아닌 사탕을 감싸고 있던 껍데기를 핥는 느낌! 그걸 핥고서는 도저히 사탕도, 사탕에 극소오오량 포함된 사과를 맛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흉내 내는 공부가 아닌 진짜 공부를 하고 싶었고, 자격증이 아닌 자격을 갖추고 싶어졌다.


© greg_rosenke, 출처 Unsplash                                


  그러던 어느 날, 가족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밝혀버린 박사 진학의 꿈. 언제고 기꺼이 도움을 주시겠다는 친정 부모님과, 언젠가 보내 주리라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반색하던 남편 얼굴이 참 고마웠다. 그리고 오랜만에 연락드린 선배(지도 교수님은 명예퇴직하셨기에 다른 학교에서 교수로 계신 선배님께 연락드림)도 나를 기꺼이 반기고 받아 주시면서 멀고도 험난한 학인(學人)의 길은 시작되었다. 아니, 공부하면서 애 둘을 키우면서 일을 하면서도 일 벌이기를 좋아하는 다중역할 감당자의 멀티플레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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