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모르는 엄마의 시간이 쌓여간다. 7년 동안 아이들과 먹고, 자고, 놀고, 친구들의 모임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던 나에게 아이들과 공유하지 않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난다. 학교에 가고, 강의를 다니고, 일을 한다. 또 잊힐 때쯤 친구들을 만나 커피를 마신다. 하원한 아이들이 엄마의 하루를 궁금해하며 묻는다.
"엄마, 오늘은 뭐 했어?"
"오늘도 박사 가서 은영이 이모랑 공부했어?"
"오늘도 '안녕하세요(줌으로 스터디하는 것을 보고난 후부터 '안녕하세요.'라고 부르는 둘째),' 했어?"
아직 공부나 일과 같은, 어른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엄마에게도 자기들이 모르는 엄마만의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것 같다.
그러고는 아이들도 자기네들의 하루를 재잘재잘 앞다투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의 본업은 육아인가, 가사 노동인가, 학업인가, 일인가, 혹은 아내인가, 잠시 골똘해진다. 그렇기는 해도 늦은 오후 다시 만난 우리 아이들의 얼굴이 함박꽃 같고, 공부도, 일도 그런대로 굴러가는 것을 보면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