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뭘 해도 맛있어.
선물로 받은 감자 3박스를 정리하다가 몇 개를
숟가락으로 긁었다. 어린 날의 추억이 생각나서 옆지기랑 킬킬거리며 " 한 양재기를 긁은 적도 있었지."
" 그때는 그랬지."
반질반질 껍질 벗은 감자들이 예쁘게 따라 웃는다.
굵은 것 하나는 채를 썰어 살짝 절여서 호박채 넣어 감자전을 했다. 깍둑썰기로 간장에 졸이고, 큼직하게 썰어 고추장 넣어서 찌개까지 끓여 저녁 상을 차려냈다.
우와!
상중에는 밥상이 제일인 옆지기의 입이 벌써 침을 삼킨다.
엄마가 해주신 이야기가 생각났다.
옛날의 시아버지가 출타를 다녀오셔서 그 집 며느리는 무 하나로 열두 가지 반찬을 했더라고 하니 며느리가 입을 뾰족이 내밀면서 "저두 할 줄 알아요." 하더니 저녁상에 깍두기 열 두 종지를 올려놓았더라는 이야기.
요즘은 감자로 할 수 있는 요리법이 이만 개쯤 유튜브가 알려줄 텐데.
감자는 뭘 해도 맛있어.
옆지기의 말을 바쁜 젓가락이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