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명절에 여행 갈 수 있다.
10월 3일부터 8일까지 나는 섬 여행을 택했다.
통영에서 배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두미도.
욕지도나 노대도는 낚시하러 여러 번 갔었는데 낯선 섬을 택한 것은 그저 조용하고 싶었을 뿐이다.
9살 이후로 내게는 명절이 왜 그리 슬프고 힘이 들었던지.
9살 어린 내 눈에 비친 명절은 청상의 엄마의 눈물로 차린 차례상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었고, 설 명절과 이튿 날은 아버지의 기제사여서 항상 무거웠으므로.
맏이였던 남편의 아내로 지낸 지난 40여 년의 제사.
올해는 성묘로 대신하자는 의견을 낸 남편과 시동생의 선언에 나 만 해방이 된 듯하다.
밉상인 시누의 마뜩잖은 이모티 콘에도 나는 씨익 웃었다.
실은 작년 추석에 큰 딸 내외가 올 추석에는 참석하지 못한다고 가족 모임에 통보하면서 모두들 부러움과 함께 자신들의 계획도 세워 보았으리라.
싱가포르에 F1을 보러 가려고 1년 전부터 준비를 했다고.
조카들에게 너희도 여행 다녀 오라고 했었다.
연휴가 끝나는 주말에 가족 모임을 하자고 제안하니 나의 보라돌이들이 모두 좋단다.
미리 다녀온 성묘길에 문득 명절에 유난히 여행 가고 싶어 하셨던 시어머니생각이 났다.
지금의 나를 보면 어떤 표정이 실까?.
5박 6일의 조용한 시간.
곤두섰던 지난여름을 파도에 풀어 주고 와야겠다.
낮거나 높거나 파도는 파도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