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벽 그림.

낯선 곳에서 추석을 맞다.

by 날개


무턱대고 했던 여행!!
출발하면서 내내 비를 맞았다.
있으라고 이슬비에, 가라고 가랑비에, 쉬라면서 안개비가, 우산을 뚫을 듯이 쏟아지는 소나기까지.
낙숫물 소리에 깨어난 캄캄했던 새벽.
6박 7일의 여행에 비는 필수가 되었다.
그러나 하나도 젖지 않은 마음이 있어 우리는 보송보송하게 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경주에서 2박 예정을 미뤄서 하루를 더 머물렀다.
조용하고 책 읽기가 좋아서.

추석날 아침.
생경스럽다.
처음 맞는 타지에서의 명절 아침이.

감포 해변을 지나 포항까지 가면서 물회가 먹고 싶다는 그의 말에 명절인데 문을 연 곳이 있을 라나? 은근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거리가 어둑하다.
시장 쪽으로 가면 혹시 하는 곳이 있지 않을까?.
없다. 출발하려는 그때.
물회라는 글씨가 적힌 유리문이 우리 쪽으로 열린다.
식사할 수 있느냐는 말에 주인 여자는 활짝 웃어 보인다.
물회를 먹을 수 있느냐 물으니 된다 한다.
주인 여자보다 더 활짝 웃는 남편.
물회 한 그릇 비우는 동안 여자의 일생이 비워졌다. 남편과 자식들은 큰 집에 보내고 늦잠 좀 자보려 해도 몸에 베인 시시각각의 노동이 놓아 주지를 않는다고. 하긴 38년째 생선을 다지 던 손이 쉬는 법을 잃었다며.
그렇게 한 끼를 대접받았다.
나의 탯줄이 묻힌 포항에서.
포만감에 잠깐 졸다가 눈을 뜨니 청송이다.
길가에 사과나무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청송은 사과가 유명한데 사 갈까?
박스도 뜯지 않은 사과가 두 박스에 배가 세 박스 있는데.
나중에 주문하는 걸로.
또 비가 퍼붓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