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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국국수

맛을 느끼면서.

by 날개


흔들거리는 이를 교체하기로 했다.
몇 주를 겁먹은 것이 아니라고 우기면서 이런저런 핑계로 빼다가 결국 남편의 우악스러운 고집으로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서 앞서 내리는 남편의 등 뒤에서 닫힘 버튼을 누르려다 들켰다.
마치 학주에게 목덜미 잡힌 문제 학생처럼....
결국 2개 발치 후에 3개의 이를 예약하고 오는 길.
그런데 왜 이렇게 억울한 건지는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몸살이 왔다. 퉁퉁 부은 볼을 싸안고 한숨 푹 자고 나니 허기가 몰려온다.
그때 생각난 것은 지국에 끓인 국수였다.
오래전에 엄마 모시고 상주에 홀로 계시는 이모네를 갔을 때, 먹어 본 지국수였다.
( 상주에서는 그렇다고 엄마가 알려줬다.)
엄마 계실 때에는 가끔 먹었지만, 그저 간단한 국수려니 했었더랬다.
마침 다니러 오신 종이모까지 노인 셋은 자기들의 추억의 입맛으로 시끌벅적하게 국수를 끓이셨었다.
배추 잎을 툭툭 불질러서 대파만 넣고 납작한 젖은 국수를 넣어 끓여 내셨고, 집간장에 청홍고추 다져 넣어서 양념장을 곁들여야 한다며 강조를 하셨다. 고명으로 계란 지단까지 곱게 올린 국수 한 보시기.
세 노인의 입에 남아 있는 추억의 국수를 그렇게 만난 남편과 아이들은 두 그릇씩 비웠었다.
노인들의 맛깔난 입담과 빠르고 잘 알아듣지 못했던 사투리를 기억해 냈는지 점심으로 만든 국수 한 대접을 마시따 마시따 하며 비운다.
설거지도 미루고 우리는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가서 이모들과 엄마와 한참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발치한 텅 빈자리가 통증을 주지 안 듯이 물러 앉은 우리의 시간도 무통의 추억이 되었다.
맛있는 한 끼들이 더해진 시간이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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