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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스텔라 Oct 25. 2024

동네 사랑방 카페로 초대합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오겠어요

2024.10.25

날씨가 좋으면 찾아오겠어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더위가 하루 만에 꺾였던, 추석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성큼 코 앞에 다가온 가을에 설렘을 안으며 동네를 산책하던 손님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가게로 모여들었다. 아주 긴 해외 출장 일정을 끝마치고 돌아온 손님, (애기 손님) 방학이 끝나고 학원에 가기 전 간식을 먹으려는 학생 친구들. 발길을 끊은 줄 았았던 손님들의 반가운 행렬이 이어졌다.

매장 밖에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을 지켜보셨던 이웃가게 사장님 말씀대로 조그마한 가게는 동네 사랑방이 되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제법 많이 오가는 도로변에서 코너를 돌아야 보이는 가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구석구석을 돌볼 줄 아는 이들의 아지트가 되어가고 있다.





‘동네’와 ‘카페’ 정겨워 보이는 두 단어의 조합.

사람들로 하여금 좋아 보이는 인상을 준다.

그러한 동네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이라니.

얼마나 낭만 있어 보이는 직책인가.

허울뿐인 낭만 속에는

치열한 생존 싸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대부분 모를 테니 말이다.

본래 카페는 사계절 중 여름을 최고 성수기로 친다.

(디저트가 주류인 카페는 제외한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이번 계절은

유난히 뜨겁고 길었지만 매출은 냉랭했다.

배달이고 홀이고 할 것 없이 매출은 감감무소식이다.

불안한 마음에 동종업계 사장님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게시판을 뒤져봐도 사정은 다들 비슷했다.

(물론 잘 되는 사람은 글 쓸 시간도 없거니와,

신세를 한탄하는 글이 더 많다는 것이 함정).  

올해로 카페 사장 3년 차,

카페업에 종사한 지 도합 9년 차임에도

이딴 여름은 본 적도 겪어본 적도 없다.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

1년 중 최고 성수기인 여름은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이제 10월도 중후반에 접어들었다.

말인즉슨, 매출과 날씨에 극극비수기

매서운 겨울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카페를 이런 곳에 차렸나요? 동네 한 구석에 터를 잡은 지 어언 1년간 정말 많이 듣는 질문이다. 답을 하기 전 손님이 말하는 ‘이런’에 의도를 살펴본다.

이런에는 경우의 수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동네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가게. 또 다른 하나는 번화가가 아닌, 즉 인적이 드문 곳에 가게 차릴 생각을 하셨어요?


(실은 피치 못할 사정, 즉 예산 부족으로 여기에 올 수밖에 없었어요.라는 대답은 생략하도록 한다)


“매일같이 여기를 지나가는데 카페가 있었네요”

오늘 아침 어머님이 가게를 들어오시며 말하셨다. 발견되어야만 보이는 모퉁이 첫 번째 가게에 동네 손님이 한 명 더 늘었다. 누구에게나 그럴만한 사정은 있는 법이다.


나에겐 피치 못할 (금전적인) 사정이 있었으나 그땐 그랬고, 지금은 현재를 수긍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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