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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스텔라 Oct 15. 2024

동네 사랑방 카페로 초대합니다

고양이의 보은이 무서워요

2024.10.15

고양이의 보은이 무서워요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키웠던 반려견, 퇴근하고 거의 매일 인사하는 동네 고양이, 용인 판다들 등등.

 다만 딱 하나 예외가 있다. 그건 바로 새. 나는 새가 너무 무섭다.


조그마한 가게는 때때로 상상조차 못 한 사건사고로 나를 맞는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정신없이 아침 주문을 쳐내고 한숨을 돌리며 창밖을 보던 차에 내 주먹만 한 무언가가 포착되었다.

시력이 잠시 돌아 잘못 본 거라 믿고 싶었다. 제발.


알록달록한 털을 가진 내 주먹만 한 그 아이는 기절하듯 평온하며 영원히! 나의 가게 앞에 잠들어 있었다.

원래라면 호들갑 떨며 비명을 질렀겠지만 홀에는 손님이 있었다.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손님이 지켜보는 앞에서 의연하게 뒤처리를 했다. 속으로는 온갖 비명과 욕이 난무하는 가운데 말이다.

지난주 목요일 오전에 이어 오늘 아침에도 발생한 연쇄 살조 사건이 되었다.

오늘도 저번과 비슷한 시간이었다. 정신없이 설거지를 하며 나가시는 손님에게 인사를 드렸다.

끼야야아아아!!!

손님의 비명에 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손님의 말을 듣고야 말았다. 새를.. 새가…



양양 고속도로가 없었던 시절이다. 당시 우리 집은 아주 작은 흰색 티코를 타고 강원도 할머니댁에 갔다.

돌아오는 길엔 닭 한 마리와 5시간을 도로 위에서 함께 했다.

박스에 겨우 얼굴만 빼꼼 내밀 수 있도록 뚫어놓은 작은 구멍으로 벼슬을 휘날리는 닭의 머리통을 보며 내내 공포에 질렸었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살아있는 새의 움직임과 그들의 발가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그중 최악은 바로 한 때 평화의 상징으로 통했던 비둘기.

나는 지금도 뗴지어 있는 비둘기가 보이면 슬며시 길을 돌아간다.

이렇게나 새를 싫어하는 나에게 2주 연속은 너무 가혹한 처사다.


사건의 범인은 여러 마리다. 건물에서 챙겨주는 길냥이들. 나는 녀석들과 각별한 사이는 아니지만

‘너희들의 세상을 인간이 잠시 빌려 써서 미안해’라는 이상한 죄책감에 종종 간식을 챙겨주거나 눈인사를 나눈다.

애초에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은 너희들의 영역이니까.

그래도.. 얘들아…

내가 좁은 방 안에 갇혀 사냥도 못 해 쓸모없이 덩치만 큰 사람이라 배려해 준 거니?


나는 이 고난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싶은데 도무지 방법이 생각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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