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는 바람은 어제 불어왔던 바람이 아니다.
내년 봄에 돋아 날 새싹은 올봄에 내가 본 새싹과 분명히 다른 새싹임을 안다.
기적은 가까이에서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다.
2004년 20여 년 전의 일이다.
장애인복지관 지원팀에서 근무했던 나는 매일 여러 사람을 보았다.
다양한 장애가 있는 장애우는 물론이거니와, 그 가족들, 치료사들, 그리고 봉사자들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수없이 만날 수 있다.
그 와중에 내 마음을 사로잡는 실습생들이 있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른 그들은 고등학생이라고 했다.
성인 봉사자들도 대학생 봉사자 실습생들도 모두 지원팀을 거쳐 간다.
따라서 비슷한 사람들의 모습과 습성이 있어 큰 기대 없이 사무적으로 그들을 대 할 뿐이었다.
복지관에 실습을 왔다는 고등학생들은 나를 바라보는 표정과 상냥한 태도에서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고등학생들일까? 궁금했고 일반고등학교와 다른 교육을 하고 있는 대안학교임을 알 수 있었다. 고등학교 이름을 잊지 않으려고 두 번 세 번 되뇌었다.
시간이 흘러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 갈 나이가 되었다.
아직도 그 고등학교가 존재하는지 인터넷을 찾아보았고 20여 년 전 그 강렬한 기억으로 아이에게 그 학교를 권하였다.
아이는 단번에 거절을 하였고. 그때 그 고등학생들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며 우리 아들이 그렇게 멋진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나길 상상하며 포기 할 수 없었다.
내가 먼저 알아보고 인천에서 청주까지 3시간 거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학교를 보여주고 학교생활을 경험 할 수 있는 캠프를 지원하여 내가 느낀 멋있고 행복한 감정을 아이가 느끼길 바랬다.
그 학교에 입학하기까지의 관문은 또 있었다.
자기소개서와 글쓰기 시험 그리고 5번의 면접.
큰아이는 학교를 알아가면서 꿈을 꾸기 시작했고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 껏 경험 할 수 있는 학교에 입학하기를 원했다. 그 간절한 마음으로 올해 3월에 입학을 하였고 연년생 동생도 합격을 하여 입학을 기다리고 있다.
20년 전에 막연하게나마 바라왔던 소망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합격을 축하받고 기분 좋다는 말로는 표현 할 수가 없는 기적이였다.
또 다른 기적은
난소암 판정을 받은 친구 이야기이다.
수술대에 올라 배를 열었을 때 암세포가 이미 복막에 많이 퍼져서 자궁과 난소를 제거 할 만큼 심각했다고 한다. 휭경막도 하나 제거 할 정도로 암세포가 장기에 많이 퍼져있어서 예후를 안 좋게 보았다.
조직검사의 결과 다른 장기에 전이된 곳 하나 없고 2기로 판정이 되어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수술후 열이 39도, 40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와중에 2기 진단받고 받고 나에게 전화를 한 친구의 첫마디.
“기적이 일어났어. 2기래. 전이된 곳도 없데.”라는 말 이였다.
살았네. 살았어.
돌아보면 건강한 아이들이 있고 이렇게 생각하고 자판을 두드리는 신체 건강한 것도 기적이다. 직장이 있어 돈을 벌어서 식구들 먹고사는 것도 기적이다.
올 해 작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을 새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된 것도 기적이다.
생각지도 않은 일에 좌절하거나 속앓이할 때도 있지만 생각지도 않은 일에 행복하고 기쁜 날이 더 많다.
그래서 내일도 나에게 일어날 기적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