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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첼 Mar 13. 2024

어디에 사는 건 중요하지 않아.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해

여자엄마하나와 남자아이셋의 세번째이야기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정말 싫은 건 억지로 못하겠다.

내가 행복해야 나의 아이들도 나의 부모님도 내 주변도 행복한것이다.

그렇게 결정했다.

내가 먼저 행복하자.

남들의 시선과 생각따위를 재고 따지고 할 여력이 없었다.

그게 무엇이든지.


10여년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세월을 마치려는 재판은 시작되었고 

그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의 보호자로서의 법적인 권리를 가져오는 대신 위자료도 양육비도 없이 살던 집에서 나가기로 했다.     

2주안에 아이들과 살 집을 알아봐야 한다.

우리 부모님의 집은 두 분이 살기에 알맞은 작은평수의 아파트였기에 그곳에 신세 질 수는 없었다.

경제활동을 안 하는 부모님이 지원해 줄 수 있는 돈은 최대 5천만 원이었다.

대출을 받자니 아이들과 살아가야 할 생활비랑 대출금이랑 감당이 안되었고.

나라에서 주거비 지원을 받으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제 겨우 작은 산 하나 넘었을 뿐이데.

막막하다.

    

모든 것이 결정 되던 그날 혼자서 맥줏집에 앉아있었다.

어디서 살아야 하나.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았다.

그저 나는 아이들의 엄마이고 가장이기에 그 책임이 무섭게 느껴졌다.

새로운 시작이니 설래이는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이 들다가도.

앞으로 살면서 생기는 고민을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 사무치게 외롭다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걸려 오는 전화 한 통     

“언니가 전화 늦게 해서 미안해. 거기 우리 000아파트 있잖아. 너희들 거기서 지내. 남편이랑 이야기 다 했어.”     

잘못들은 줄 알았다.

하필 이 타이밍에 알고 지낸 언니가 전화를 한 것이다.

이런 걸 두고 기적이라고 하나보다.

돌아보면 매 순간순간이 기적과 같은 날 들 이었지만 그날은 특별히 그랬다.

‘신이 정말 있나 봐.’ 이런 생각이 들면서 맥줏집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친하게 지내는 언니의 소유로 된 작은 아파트가 있는데 전세가 나가고 한동안 비어 있었단다.

내 소식을 들은 언니는 형부에게 이야기했고 자리 잡을 때까지 그 집에서 머물러도 좋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전세금 없이 말이다.     

살던 동네가 아니어서 아이들 학교 전학은 해야 했지만 같은 지역이었다.

 나보다도 부모님이 더 안심을 하셨고 도매 장판은 부모님이 해주셨다. 

퇴근하고 나면 빈집에 가서 쓸고 닦기를 반복하였다.

여기서는 좋은 일만 있길.

이제는 행복할 일만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한 가족이 살던 살림을 두 집으로 나눠야 하는 상황이다.

냉장고랑 세탁기만 가져가고 모든 세간살이는 다 두고 가란다.

아이들에게 아빠라고 불리지만 모든 법적 권한을 빼앗긴 그 사람은 상실감 때문인지 나에 대한 원망 때문인지 조금의 인정도 배풀지 않았다.

다 내어 주었다. 

하고싶은 대로 하고 제발! 나 좀 놓아줘.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십시일반 집에서 안 쓰는 살림살이들을 모아줬다.

그릇, 교자상, 전자레인지, 전지랜지, 밥솥 등 살림살이가 갖추어졌고.

선풍기, 아이들이 쓸 책상도 생겼다.     

성경에서 예수가 일으킨 기적중 다섯 개의 떡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5천 명을 먹였다는 오병이어의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살아갈 힘이 났다.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2주가 흘렀고 아이들이 오는 날이다.

집앞에 어린이집이 마침 7살반 한자리가 남아 막내아이도 전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가 해주신 불고기 반찬으로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한 방에 나란히 누워보았다.

여러사람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우리집이다.

모두들 우리식구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엄마 엘레베이터가 없어서 6층까지 올라오기 힘들었어요."

"유치원 친구들이 잘가라고 인사해줬어요."

"우리 여기서도 태권도 다녀요?"

조잘조잘 아이들은 잠도 안자고 말을 한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작게 중얼거리고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 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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