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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첼 Nov 28. 2023

인생책이 있나요?

몽실이 새어머니 북촌댁은 없는 살림에도 한 벌밖에 없는 몽실이 옷을 매일 빨아주고 머리를 단정하게 빗겨주고 고무신을 깨끗이 닦아준다.

그런 새어머니(북촌댁)로부터 안정감을 느끼고 사랑을 경험했으리라.

몽실언니책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특히 몽실이가 잠시나마 새어머니와 살았던 장면을 마음이 힘들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떠올렸다.

어느 날 동네 언니와 맥주 한잔 마시면서 [몽실언니] 책이야기를 하였더니 “인생 책이구나?”라고 한다.

아! 이렇게 한 장면을 붙잡고 살아가는 것을 인생책이라고 하나? 

인생책 한 권이 생겼다.     

몽실언니를 알게 된 건 어린이동화를 읽는 모임에서였다. 드라마도 인기였다지만 그때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강이지 똥 몽실언니 엄마까투리. 등 권정생선생님을 공부하면서 몽실언니가 더 좋아졌다. 몽실이는 부모님으로부터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 글을 읽으면서 내가 데리고 와서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 몽실이를 두고 그렇게 살아가는 엄마 아빠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가난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이란 정말 만만치 않다.        

아이들을 혼자서 키워내야 한다는 부담감, 책임감. 이런 생각들이 밀려올 때면 때로는 던져 버리고 싶을 때도 있고 내가 어디로 사라지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짐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으니까.

원망을 했다.

왜 하필 나야.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뭐가 이렇게 힘든 거야. 

아침이 오면 저녁이 되길 기다리고 저녁이 되면 빨리 내일이 오길 기다리기만 했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이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버리고 싶었다.

하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집에 오는 길에 집으로 가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대기로 기다리고 있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 쪼그리고 앉았다.

그런데 아이가 나와 같은 포즈로 쪼그리고 앉아서 웃으면서 나를 보는 것이다.

4살 아들이 무표정한 나를 보면서 너무나 활짝 웃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해바라기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매일같이 인상 쓰고 화만 내는 내가 좋다고, 엄마가 좋다고 아침마다 “사랑해”라고 말하며 잠자기 전에는 “꿈에서 만나.”라고 이야기해주는 아이들. 

내가 뭐라고. 나를 이렇게 까지 좋아해 주는지.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은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고 있었다. 어쩌면 나의 기분을 끊임없이 살피며 엄마 한번 웃게 해 주려는 본능으로 그랬을까?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정말 미안했다.     

몽실이의 새어머니 북촌댁이 몽실이의 머리를 빗어주는 장면을 떠올린다.

똑같이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애정 어린 손길로 얼굴을 매만지며 엉덩이를 두드려준다. 

집을 깨끗이 치우고. 생각한다. “몽실이도 살았는데 뭐.”

지긋지긋하게 가난하고 돌봐줄 어른이 없어도 동생을 업고 다니면서 그 삶을 살아내었다.

불만을 토로하거나 화를 내지도 않는다. 그저 힘들어 울뿐이다.

도와달라고 요청하면서 어린 몽실이는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대해 살아간다.

지금은 전쟁통도 아니고 비바람 막아주는 집도 있고 직장도 있다.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진다. 때로는 혼자서 힘들 때 염치 불구하고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몽실이처럼 최선을 다해 살 수 있어.]     

아이들이 세명이나 있어서 아이들만 두고 밤늦게 까지 일하고 돌아와도 엄마만 기다리지 않고 밥도 해 먹고 잘 지낸다.

행복하다. 감사한 것 들을 찾아보니 꽤 많다. 

또 그렇게 단정하게 살아가니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다.

너무도 고마운 분들이다.

몽실언니덕이다.      

살면서 생각지도 못하는 시련이 또 나에게 오겠지?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살아가면서 힘들지만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고난도 올 것이다.

삶이 그런 것 아닐까?

더 이상 두려울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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