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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첼 Dec 12. 2023

살아 숨쉬는 것.

내 나이 22살 할머니의 임종을 기억한다.     

정정하셨던 할머니가 그날 아침에 기침을 심하게 하셔서 큰외삼촌이 병원에 모시고 갔다.

 병원에서는 그날 저녁을 못 넘기실 거라고 하셨단다.

삼촌은 집에 오자마자 5남매의 아들, 손자, 며느리, 사위를 다 불러 모았다.

막내딸인 엄마는 전화를 받자마자 오후에 나와 함께 외갓집을 갔다.

엄마는 엄마의 엄마인 할머니의 손을 잡고 울었다.

할머니는 우는 엄마의 손을 잡고 “왜 너희 엄마 죽을까 봐 우니?”라고 말씀 하셨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기력은 없어 보이지만 돌아가실 것 같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서야 우리 아빠. 사촌오빠들도 모두 외갓집으로 모였다.

외갓집식구들은 인천에 모여 살았기 때문에 전화하면 한달음에 식구들이 모일 수 있었다.

밤 10시정도 되었을까?

할머니는 주무시는 듯했다.

엄마를 포함한 5형제와 며느리들은 할머니 주변을 에워쌌고 난 방문 밖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정말 주무시는 것 같았는데. 숨을 크게 한번 내 쉬고 다시는 들이쉬지 않으셨다.

내가 처음으로 본 죽음이다. 

    


작년 한동안 명상에 관심이 있던 적이 있었다. 동영상도 찾아보고 강의도 듣고 유료앱을 구입해서 명상을 시도해 본적이 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고를 반복하며 호흡에 집중을 하라고 한다.

문득 할머니의 마지막에 숨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매일 살았다 죽기를 경험하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죽음은 두렵다.   

  

연락을 하지 말자고 했던 친구(Y)가 난소암 3기라는 소식을 들었다.

2년만 이었다.

소식을 듣자마자 마치 매일 통화했던 친구처럼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 주 일요일에 수술을 앞둔 친구를 만나러 병원에 찾아갔다.

무서웠다. 그렇게 죽을까 봐 무서웠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삼촌도, 외숙모도 작은아버지도 돌아가셨는데.

나의 가족인 친척의 죽음보다도 더 무서웠다.

복수가 차서 배가 부른 친구를 보는데 눈물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본인은 얼마나 두려울까?

왠지 내가 미워해서 그런 것 같았다.

내가 보지 말자고 해서 그런 것 같았다.

다른 사람에게 Y를 흉 본 것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미안했다. 

    

Y는 나와 나란히 앉아 앞을 보며 말한다.

“너랑 나랑 이맘때 묵은지 많아서 만두 해 먹고 그랬는데. 그거 먹고 싶다.”

“.... 그래 그랬지 매년 그랬지.”

“이렇게 너랑 다시 만나서 너무 좋아.”

“그래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려나 보다 내가 너한테 이렇게 온 걸 보면.”

침침한 병원 로비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헤여졌다.     

수술은 8시간을 했고. 골반에 암세포가 너무 많이 퍼져서 자궁, 난소는 모두 적출하고 휭경막까지 절제했다고 한다. 간. 위. 폐에 붙은 암세포들을 모두 조금씩 잘라냈다고 친구 엄마에게 들었다.

수술하는 동안 보지 않는 카톡 쪽지창에 “힘내. 화이팅…. 잘하고 있어. 용감해. 대견해. 장하다….”라고 짧은 어휘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죄다 끌어다 썼다.


수술 다음날. 아침

친구 Y에게 전화가 왔다.

기운 없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다.

“너 어떻게 전화를 했어? 너 위 있어? 간은? 폐 있어? 방광은?”

“(웃음) 엉 있어..”

에휴..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전화기를 붙들고 꺼이 꺼이 한참을 울었다.     

다른 기관에 전이가 된 것을 아는 것은 시간이 좀 걸린단다.

어찌하였든 친구를 괴롭히던 눈에 보이는 암 덩어리들은 모조리 잘라냈다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이렇게 관리하면서 늙을 때 까지 살 수도 있고  어쩌면 1년 5년 10년 살 수도 있겠지.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당장 내일 신이 내게 와서 “이제 갈 시간이다.:”하면 나도 가야겠지.


죽음을 그 누가 장담 할 것인가     

그러나 지금 내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이 순간 나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을 사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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