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기 전, 내가 그 당시에 제일 꽃혀있던 영화라던가 음악 또는 가사들로
컨텐츠를 어떻게 저떻게 해서 만들었다.
'좋은 컨텐츠는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이 알아봐줄거야' 하면서 호기롭고 순진하게 시작한 첫 계정.
당연히 처음부터 팔로워 수가 늘거나 그런 건 없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뭐, 처음이니까 이건 당연한거지 하며 정당한 합리화로 마음을 혼자 위로하곤 했고 그저 열심히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들었다.
3월 초중반부터 시작했던 계정은 나름 열심히 고민하고 만든 덕에 게시물 수가 이제 꽤 넉넉해졌지만
팔로워 수는 그에 비례하지 않았다. 물론 광고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순진했던 나라고 해서 게시물만
휙-올리고 끝내지는 않았다. 나름 매거진으로 유명한 매거진 계정을 다 팔로우 하고 댓글도 남겨가며
'이런 매거진 계정도 있어요' 하고 흔적을 남기는 데 애썼다.
그리고 물론 직접적인 친분은 없어도 비슷한 시기 같이 시작했던 매거진 계정들, 그리고 서로
팔로우를 해줬던 그때를 생각하면 괜히 정겹고 내적 친분도 생겨버렸다.
상부상조(?)에도 불구하고 내 매거진 계정의 팔로워 수는 올라갈 기미가 안 보였다.
초반엔 뭐 처음이다 보니까 내 컨텐츠가 좀 촌스러웠을 수도 있고 알고리즘에 안 탔을 수도 있다고
칠 수 있는데 두 달이 넘어가는 시점에도 아무 진전이 없는 걸 보니 조금 마음이 착잡해졌고,
내 취향에 공감하고 비슷한 지점에 감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라고 짐작했던 내 생각은
오만이었나- 하며 조금 우울했다.
매거진 계정은 그때 이미 레드오션이었고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들기로 결심한건
1. 내가 워낙 영화,책,음악,패션 등등.. 을 좋아해서 제작 자체에 큰 흥미와 재미를 느꼈고,
2. 레드오션이어도 난 도드라질 수 있을 줄 알았다. 광고 없이도.
클리셰인걸 알지만 이 말은 해야겠다. 세상은 역시 결코 만만한 공간이 아니었는데,
무턱대고 덤볐던 나는 그제서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로만 컨텐츠를 만들어서 알아봐줄거라는 기대는 꿈도 꾸면 안 된다는거,
또 내가 열심히 했다는 사실은 성과의 척도가 절대 될 수 없다는 거.
물론 그렇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고민들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던 어느 날.
한 영상을 봤는데 머릿속에 '오, 이거 릴스로 만들면 재밌겠다' 라는 생각이 번뜩 스쳐갔고
보자마자 바로 영상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