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겐에서 오슬로 시어머니 집으로 왔다. 보통은 이렇게 오래 함께 지내지 않지만 우리는 현재 집이 없는 상태로 1월에 이사를 할때까지 조금 눌러앉기로 했다. 그래도 노르웨이에 와서 처음 만났으니 아기를 엄청 반가워 하신다. 도착해서 이틀뒤에 다시 베를린으로 가야했다. 나 혼자 하룻밤 자고 오는 일정. 마지막 남은 한가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베를린에 놓고 온 나의 고양이. 10년 지기 내친구 고양이는 아는사람 집에서 우리가 삼개월동안 이사하고 여행하는동안 신세를 졌다. 그동안 잘 먹고 잘 자고 했는데 내가 도착하기 이틀 전부터 음식을 안먹는다고 한다. 생고기도 손도 안댄다고 했다. 도착한 날 얼굴을 보니 얼굴에서 살썩는 냄새가 났다. 아, 죽으려나보다. 우리 고양이, 수술을 두번이나 하고 살아난 고양이. 이제 열두살이 넘었다. 도저히 오늘밤을 넘길수가 없을 것 같았다. 역시나 숨어있던 염증이 터져 한밤중에 응급실에 가야했다. 밤 11시에 병원에 앉아있으면서 어떻게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이런 시기에 일어날까, 비극과 희극의 사이를 오갔다. 의사는 염증을 치료하고 항생제를 먹으면 괜찮다고 한다. 새벽 한시 반에서야 우리는 잘 수 있었다. 친구네 집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신세지면서 비기는 나와 함께 침대에서 잤다. 죽을것만 같았는데 골골거리는 소리를 내고 숨지 않는 고양이를 보면서 나는 고양이가 살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 불쌍한 고양이를 다시 가방에 밀어넣고 비행기를 탔다. 한시간, 두시간, 다섯시간, 여섯시간이 지나서야 노르웨이에 도착해 병원으로 갈수 있었다. 상처도 다시 보고 음식을 너무 오래 먹지않아 수액을 맞아야 버틸수 있다고 했다. 나이가 많으니 피검사를 추천했다. 마취를 해서 잠이 들고 피검사를 하고 괜찮으면 영양제를 맞추고 상처를 치료할테니 시간이 오래 걸린단다. 나도 한끼도 먹지 않고 노르웨이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세시가 다되었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병원에서 전화가 온다. 신장이 너무 망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이런 염증이 생겼을 것이고 약을 쓰기에 너무 상태가 안좋다고 했다. 염증이 깊어 수술을 해야하는데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수많은 이유를 들어 결국에는 안락사를 추천한다고 한다. 지금 자고 있을때, 하는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나의 고양이는 종양 수술도 두번을 했고 관절염이 있어 꾸준히 약을 먹었다. 알러지도 있고 피부가 안좋아 상처가 자꾸 났다. 그래도 내가 본 어떤 고양이들보다 똑똑했고 겸손했다. 너무나 사람을 싫어했는데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나며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일반 고양이들보다 작으면서 얼마나 카리스마가 넘쳤는지. 하루 하루를 같이 살며 얼마나 사소한 기분을 나누었는지. 그런데 폴란드에서 독일에 오기까지 독일에서 노르웨이로 와서 죽기까지 나와 있어서 좋았는지 내가 이런 경험을 하게해서 힘들었는지 나는 모르겠다. 수술도 잘 이겨냈지만 그 이후에는 아프게 된다면 그냥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욕심으로 수술을 하고 어떠한 처치를 하는것도 그게 고양이의 작은 뇌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나는 모르는 일이다. 자연스럽게 아파 죽는것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목에 염증으로 구멍이 나고, 원래 작던 고양이가 살이 빠져 너무나 마른 모습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서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다. 나는 어른이어야 한다. 이런 일들이 일어날 것을 예상했으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고 있다. 또 아무렇지 않은듯 대화도 해야하고 아기를 돌봐야 하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계속 하던일을 해야하지만. 그래도 누우려고 눈을 감으면 그 마지막 모습이 생각나,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나눈 생명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너무나,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칠천크로네를 지불하면서 고양이의 목숨값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죄책감이 들었다. 한편으로 많은 짐을 짊어진 지금 상황에서 고양이가 없다고 하니 조금 어깨가 가벼워졌다고 느끼는 것도, 죄책감이 들었다. 동물을 데리고 산다는 것도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과 책임감을 요구하는지, 나의 무력함에 죄책감이 들었다.
눈을 감으면 생각이 난다. 우리는 좋은 삶을 일구기 위해 이민을 했는데, 우리 작은 고양이는 미처 새로운 집에 가보지 못하고 가버렸다. 오늘밤도 내일밤도 그 다음날도 고양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다시는 고양이를 키우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기는 아무것도 모른채 생글생글 웃는다. 아무렇지 않은 듯 시간을 보내며 아무한테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마음에 남았다. 누구한테 털어놓고 위로를 받고 싶다가도 위로가 안될 것을 알기에 입을 닫는다.